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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사는 이야기

서니리 아저씨 어디계세요?

by 김귀자 2010. 8. 6.



몇 년전에 녹음했던 멜라니 사프카의 The saddesting을 듣고있자니 추억은 꼬리를 물고 어린시절로 달려간다.

잊을수 없고 잊혀지지 않는 아저씨
`홍 선 일`

`약속은 생명이다`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라`
이 두 명언을 내 머리속에 깊이 심어놓으신 분
지금은 어디에 계실까!

어린 시절 해마다 방학이면 아버지의 헌병대장 집차인 27호가 서울의 집으로 와 최전방의 관사로 우리를 데리러 왔었다.
춘천을 지나 한계령 고개를 넘어 원통으로 ...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셨던 그 방학때도 난 아버지가 계시는 관사에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부산 근처에 있는 물금에서 교도소소장을 하시기 위해 새로운 이동을 하셨다.
거리에서 놀고있는 내게 헌병참모님댁을 물었던 아저씨
그것이 아저씨와의 첫 만남이었다.

굵은 베이스의 음성으로 기타를 치며 `greenfiels`를 불렀던 아저씨
늘 고독해 보이면서도 유머가 넘쳤던 아저씨
군대가기 전날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을 들으며 밤을 지샜다던 아저씨
`Today`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셨던 아저씨는 가끔씩 내게 영문일기와 시를 써놓고 사라지셨다.

어머니께서 한국을 떠나가실 때 아무말 없이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에서 나오는`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혼자서 중얼거리며 노래하던 아저씨가 기억난다.

아저씨 때문에 쥬세페 디 스테파노의 음반을 좋아했고 `불꺼진 창`을 좋아했다.
아저씨가 내게 가르쳐 주었던 노래들
`Ace Of Sorrow`,`Greenfields`노래가사들을 ...
이 노래들은 지금까지 나의 애창 팝송들이다.
아저씨와 헤어졌던 마지막 방학때 난 창가에 기대어 서서 `Ace Of Sorrow`를 불렀다.
그때의 하늘은 참으로 맑았고 하얀 뭉게구름은 두둥실 떠갔다.

To the gueen of heart is the ace of sorrow
He is here today he is gone tomorrow
Youngmen are plenty but sweet heart few
...

내가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던 동기는 아마 주위의 영향이 컸었던 것 같다.
비전공자 이면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많았었던 것이 오늘날 내가 음악을 하게되는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언젠가 내가 아저씨께 보냈었던 쪽지가 기억이 난다.

"아저씨, 저하늘에 가장 빛나고 큰 별은 누구의 별일까요?"
"정답. 그건 바로 귀자의 별"
"두번째로 빛나는 저 별이 아저씨의 별이에요."
"아저씨 전 사랑이라는 말을 안 좋아해요. 사랑한다는 말은 웬지 추하게 느껴져서요." 
"좋아한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훨씬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 같지 않으세요?"
"아저씨는... 참 좋은분이에요."

다음날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도 못 들었을때 아저씨는 내게 다가와 사랑과 좋아함에 대해서 그리고 첫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하셨다.

"왜 사람들이 첫 사랑을 못 잊는 줄 아니? "

"첫 사랑이 집합 A라면 두번째 사랑 집합B는 A와 B의 부분집합 만큼 집합 A에게 마음을 내 주어야 하거든."

 아저씨와 헤어진지 몇년이 지나지 않아 책상정리를 하다가 옛 수첩을 발견하였다.
수첩을 펼치다가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건 바로 내 수첩 한페이지를 장식한 아저씨의 필체의 이름 때문이었다.
`홍 선 일`
진짜 아저씨는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되셨다.

서니리 아저씨 어디계세요?

오랜 기억의 일부들을 이끌어 내기에 모든것들이 역부족이다.
하지만 Nacl+H2O가 흐르던 어린날의 순수한 추억들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들이 행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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