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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USIC/작곡

[작곡] The old familiar faces(그리운 옛 얼굴들)

by 김귀자 2010. 8. 11.
1990년 가을의 어느날이었습니다.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고있었는데 금발의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멋진 파란눈의 외국여자가 슈퍼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20대 후반쯤 되어보이며 미니스커트와 멋진 가죽쟈켓을 입은 그녀를 제가 놓쳤을리가 없죠.
먼저 아기에게 눈인사를 나누고 '아 유 어메리컨' 했습니다.

대답은 '농, 아임 프랑쉐' 였습니다.
알고보니 남편이 한국에 파견나온지 1주일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날 이후로 우린 친구가 되었죠.
서로의 집을 왕래하면서 많은 프랑스 가족들을 소개 받게 되었습니다.
영어나 불어를 잘하냐구요?
노우입니다. 고교시절 불어시간에 잠시 배운것 이상은 불어도 잘 하지 못합니다.

봉쥬르(안녕하세요?)
메르씨보꾸(감사합니다)
일페 보(날씨가 좋네요.) 뭐 그 정도죠.

문법이나 단어가 아무데다 붙는 완전 콩글리쉬죠.
그러나 바디랭귀지와 표정은 거의 국제적이었죠.
전 온 마음을 실어 구사했습니다.

덕분에 우리들은 무척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해서 새로운 프랑스 가족들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집을 방문할때마다 맛있는 요리로 저녁식사를 준비해주시던 인정많은 부인과 특히 가까워졌습니다. 

주에 한번 정도 함께 식사를 했는데 총 식사 시간이 아이스크림 후식까지 해서 1시간 30분은 걸렸던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웃고 이야기하는 가족들의 대화는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바케트를 무스타드에 찍어먹던것이 어찌나 맛있던지요.

그때 먹어보았던 무스타드를 먹어보고 싶어 찾아봤지만 그 맛의 무스타드(겨자)를 찾기 힘드네요.

어찌됐던 부인과 가까워졌지만 불어외에는 전혀 못하는 부인을 위해서 아이컨텍과 수화를 많이 연구했답니다.
그래도 미용실에선 아는척하며 왕노릇 했죠.
금발을 좋아하는 부인을 위해서 미용사에게 많은 주문을 알아서 척척 해주었더니 아주 만족하더라구요.
어깨를 으쓱하며 돌아오면서 전 불어에 대한 호기심이 싹터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독학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내 깨달았죠.
이번에는 샹송 공부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마산고등학교에 근무할때였죠.
이브몽땅의 '고엽', 아다모의 '통블라 네쥬' 등등

식사시간마다 반벙어리인 제가 마침내 열심히 외워두웠던 샹송을 불렀답니다.
아는 노래가 나오자 가족 모두가 함께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합창이 되는거에요.

와!~ 짜릿~
그렇게해서 우린 더욱 가까워졌고 함께 놀러도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무서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흐레트의 집에 칼을 든 복면 강도가 나타나 욕실에 부인을 가두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충격을 받은 아흐레트 가족은 모두 프랑스로 떠나버렸죠.
저와는 인사도 못나누었어요.

결국 다른 프랑스 친구로부터 자초지종과 작별인사를 전해들었습니다.
뭔가 특별한 선물을 주기위해 영시집을 뒤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제 마음과 같은 차알스 램의 영시를 발견했답니다.


'The old familiar faces'(그리운 옛 얼굴들) 

그래서 이 가사에 떠나간 그들을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던 거죠.
이야기는 거기까지입니다.
무척 행복하고 기뻤었는데 그렇게 그들이 떠나가고나니 한동안 마음이 울적하더군요.
그래서 곡이 minor가 되었습니다.

진해여고에 근무할때 합창단을 위해 합창곡으로 만들었죠.
차로 경적을 두번 울리면서 떠날때 웃는다는 프랑스 친구들과의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가슴 뭉클하네요.





The old familiar faces(차알스 램 영시) - 1991년 친구였던 프랑스 가족들을 떠나보내며

1. I have a friend a kinder friend has no man:
Like an ingrate.
I left my friend a buruptly;
Left him to muse on the old familiar faces.

2. Ghost like I paced round the haunts of my childhood
Earth seemed a desertI was bound to traverse,
Seeking to find the old familiar faces.
3. Friend of my bosom, thou more than a brother
Why wert not thou born in my father's dwelling?
So might we talk of the old familiar faces.

1. 내게 친구 하나 있었지.
더할 수 없이 친절한 친구 : 배은망덕한 사람처럼
나는 갑작스레 내 친구를 떠났네- 그를 떠났네.
그리운 옛 얼굴을 명상하려고.

2. 유령처럼 나는 내 어린시절 다녔던 곳을 헤매였지
대지는 내가 횡단해야만 할 사막처럼 보였네 그리운 옛 얼굴을 찾으며.
3. 내 마음의 친구 형제보다 나은 그대여
어이 그대는 내 아버지집에 태어나지 않았던고?
그랬으면 우린 그리운 옛 얼굴 이야기도 할 수 있을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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