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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과학고 일지

창원과학고에서의 마지막 축제

by 김귀자 2017. 12. 28.
창원과학고에서의 마지막 축제가 끝이난 12월 20일 이후로 2017년 1년치 아플 것을 다 아프려는 듯 일주일째 심한 몸살과 에너지가 바닥인 상태이다.
 
우려했었던 합창부의 공연...
결국 해냈다.
창원과학고 온 이후 가장 불가능했었던 공연 이었다.
점심시간엔 아예 오지도 못하고 쉬는 시간마저 어쩌다 만나면 포기할 수 없어서 한 명씩 지도하다 말다를 반복하기를 여러번.

그러나 방송으로 합창부를 한번도 부르진 않았다. 아이들이 올 수 없어서 못오는데 내가 방송을 하면 아이들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힐링을 위해 모인 합창부 아닌가!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속에 합창부가 살아있다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으리라. 난 아이들을 믿는다.
결국 합창부 아이들의 몫이다. 합창반장 혜린이의 열정이 느껴진다.
 
시험이 끝나면서 합창부 모이라는 첫 방송을 했다. 그동안 빠졌던 여학생들이 모두 참석했고 남학생들은 반 정도 참석했다.

새로 시작해야하지만 그동안 약간은 음정을 익혀왔던 친구들인지라 4곡의 가사 외우기에 여념이 없다.

연주곡은 ‘내가 말했잖아, Gaudeamus, 스윙베이비, 나는 나비’이다.

첫 곡 ‘내가 말했잖아’는 2학년 반주자 수빈이와 웅남중오케스트라 출신인 진우가 카혼으로 도와주었고, 두 번째 곡 ‘Gaudeamus’는 현란한 박수, 세 번째 곡 ‘스윙베이비’는 진우의 피아노 반주와 합창부 댄스팀의 활약이 필요했으며, 마지막 곡‘나는 나비’는 진우와 재연이의 투 피아노 반주에 선생님들과 전교생이 함께 노래하는 계획이었다.

곡의 특색을 살려 박수를 이용하거나 댄스가 들어가는 등 볼거리가 많아 쉽게 연주하기 힘든 상태였지만 결국 우리는 해냈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최후의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실패는 포기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깨달음의 교훈을 얻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느라 일주일 전부터 고생한 동아리부와 학예부 간부들 그리고 학생회 간부들이 이번 축제의1등 공신들이다.
친구와 후배들을 위한 자발적인 헌신과 최상의 리더십을 보여준 그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축제는 오전엔 학술과 자율 동아리 발표대회와 공연동아리 발표, 오후엔 학년별 반별 발표가 준비되어있다.

동아리발표대회는 그동안 동아리 시간을 이용해 꾸준히 준비해왔었기에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오후에 치러진 반별 발표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급우들이 전체 의견을 모아 함께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1,3학년 음악시간을 통해 축제 때 1년을 마무리하면서 친구,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께 행복하고 감사했던 일들을 합창,합주,콩트나 다양한 형태로 표현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연습에 들어갔는데 처음엔 단순히OK를 외치던 아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려움에 부딪히기 시작한다.
1학년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고 입시결과를 기다리고 있는3학년들은 출연자체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때 2학년들은 이틀간 연습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해왔다.
그러자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축제 공연에 참여하지 않던 3학년들이 2학년들도 참여하지 않는데 왜 우리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WHY’를 외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
그렇다 이것은 정말 학생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시험이 끝나자 1학년 반들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의 친구나 선생님에 대한 감사로 가닥을 잡는 반이 많아졌다.
다른 반과는 차별 있는 준비를 위해 모두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행복한 메시지가 가득한 노래를 준비하거나 담임 선생님에 대한 감사 표현 방법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기도 하고 아이들의 진정성이 담긴1년간의 일기가 담긴 해설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창원과학고 생활을 어떻게 생활해왔는지를 엿볼 수 있어서 가슴이 뭉클했다.
 
공연에서 음향상태가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녹음을 이용한 노래가사와 대사전달 방법 그리고 해설극과 같은 표현방법들에 대한 조언을 했는데 모두 알아서 잘 연출하여 성공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다행히 2학년에서도 한 반이 댄스 공연으로 출연하겠다고 알려왔다.

한편
너무나 고맙게도 3학년 아이들은 자체 토론을 통해 이번 축제무대에 참여 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들과 함께 특색을 살려 자신들의 노래와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담임과 함께 노래를 하거나 10년후 반창회에서 만난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의 만남을 영상과 극으로 동시에 표현하며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이 준비를 통해 3학년 담임선생님들과 아이들과의 추억 만들기 시간이 이루어진 것이다.
 
반별발표는 많은 생각과 토론 그리고 친구, 선생님과의 마음을 맞추는 일이기에 우러나오는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해마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하나가 되는 과정을 포기했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가 하나가되고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옆에서 기도하는 일뿐이다.

그러나 올해는 아이들이 마음을 내어 주었다. 마음이 움직여질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고맙다. 이 학교를 떠나면서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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