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에는 '재경 마산고44회 졸업 4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되어 다녀왔다.
내가 지도했던 53기~57기 졸업생들이 아닌 올해 60을 맞이하는 마고 44기의 졸업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유수처럼 지나가는 인생에서 임원진은 뭔가 의미있고 특별한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추억의 시절로 돌아가 고교시절의 하루를 재현해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는데 나눠준 프로그램엔 여느 식순과는 다르게 6교시의 시간표와 은사님들의 사인란이 들어있다.
그런데 두번째 시간이 음악시간이다.
44기는 야구부가 결승전에 올라갈때면 1학년 전교생이 올라가 '마고응원가'를 열렬히 제창했다고 한다.
그러니 더욱 응원가에 대한 애정이 깊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작곡하신 신동영 선생님은 이미 작고하신지 오래이기 때문에 마산고에 부임했던 음악교사 중 신동영선생님의 '응원가'를 5년의 재임기간 동안 가르쳐왔던 내가 초대된 것 같다.
실로 오랜만에 마산고에 들어서니 감회가 새로웠다.
예전에 정문 오른쪽에 있었던 도서관과 음악실 자리는 오래전에 주차장으로 바뀌어버리고 운동장 조례대와 그 옆에 야구부 실내훈련장은 그대로 남아있다.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인사이동으로 인해 마고에 부임하던 그 날이 떠오른다.
3월 인사이동으로 인해 운동장 조례에서 학생들과 첫 만남을 가지기 위해 부임한 교사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나갔다.
학생회장의 구령에 맞취 경례를 하고 운동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교가를 열창하면서도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한치의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았던 학생들을 보며
"아 이것이 자부심이구나!" 를 느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발걸음을 돌려 현재 음악실이 있는 곳이 어딘지 몰라 여기저기 물으면서 찾아냈다.
문을 여니 그랜드피아노가 보인다. 악보에 실린 몇 곡의 반주 연습을 하다보니 어느새 1교시 마침종이 울리고 복도에서 웅성대는 소리와 함께 30여명이 음악실로 들어오고 있다.
2교시 시작종과 함께 교실로 들어온 임원진은 내가 메일로 보낸 9곡이 들어있는 악보집을 먼저 배부했다.
학생이 된 졸업생들이 "많이 준비했네."하며 즐거워한다.
악보엔 고교시절에 음악시간에 배웠던 '별, 선구자, 보리밭, 그집앞, 동무생각'과 교가, 응원가 악보가 실려있다.
이 악보집엔 내가 음악수업 첫 시간에 아이들과 불렀던 '하얀목련' 단선율 악보로 만들어 추가했다.
수업이 시작되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신 이영규님이 나와서 진행을 도와주셨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 졸업생들에게
"나는 가사의 주인공이다."를 복창하게 했다.
하얀목련, 별, 선구자, 보리밭을 연이어 부르는데 가사를 음미하며 열창하는 모습이 뭉클하기까지 하다. 추억을 회상하며 부르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얼굴은 달라졌지만 마산고 수업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아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다시 이영규님의 진행으로 '선구자'로 노래자랑 게임이 시작됐는데 내가 5명을 무작위로 호명해서 피아노로 딩동댕과 땡 '으로. 합격 불합격을 알리자 박장대소가 터져나온다.
이어 마고인의 노래 '교가와 응원가'를 반주하자 교실에 울려퍼지는 마고인의 기개가 가슴을 울린다. 모두 하나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순서로 두 분의 독창 발표가 이어졌는데 '그집앞과 동무생각' 이었다.
정성을 다해 부르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노래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마침종이 울리자 다시 교가 제창이 이어졌다.
가사를 느끼며 온 마음으로 열창하는 그 모습은 내게도 영원히 잊지 못할 최고의 음악시간 이었다.
3교시엔 은사님 두 분의 강의가 있었고 4교시엔 은사님들을 위한 사인회와 꽃다발과 선물 증정 시간으로 이어졌다.
함께한 44회 졸업생 3학념 담임이신 은사님들은 나와 같이 근무했거나 평소 잘 알고있었던 전임 교육장님, 교장선생님이셨다.
이런 기회로 다시 만날 수 있게되다니 참으로 반가운 만남이었다. 오늘 수업 덕분에 나도 이 자리에 낄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은사님을 향한 큰절이 이어졌는데 교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리는 제자들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이어서 사인회와 기념촬영을 마치고 떠나는 은사님들을 마중하기 위해 복도에 두 줄로 도열한 제자들.
한 분 한 분 박수를 치며 보내드리는 모습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요즘 어디에서 이런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을까!
영화 '홀랜드오퍼스'의 마지막 장면을 넘어서는 감동이다.
이렇게 끝난줄 알았는데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제자들은 은사들을 위해 창원 그랜드 머큐어 엠베서더 호텔 숙박과 함께 저녁과 조식까지 미리 예약해 두었다고 알려왔다.
어쩌면 10년 후를 기약할 수 없는 은사님들을 위한 마지막 존경의 표현일까!
나는 덤으로 고스란히 이 호사를 누리고 있다.
함께 했었던 졸업생 중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오늘 음악수업으로 선생님은 우리의 은사가 되셨습니다. 졸업 50주년에도 와주십시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https://youtu.be/AS1Z90moJVA?si=0bwXpW0xQ-HwDo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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