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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사는 이야기

10회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며

by 김귀자 2017. 10. 5.

창원교사합창단과 마산교사합창단은 교육계 경남합창의 대부이셨던 애모의 작곡가 황덕식 교장선생님이 창원과 마산의 교사합창단을 조직하신 후 나와 마산고 음악교사 천홍아 선생님에게 지휘를 맡기시면서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내가 지휘하게 된 창원교사합창단은 2007213일 창원교사합창단 창단연주와 함께 올해로 10회의 정기연주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해마다 결혼, 전근, 업무에 쫒기면서 많은 선생님들이 떠나면서 그 자리는 새로운 단원들로 교체되었지만 아직도 전근하신 다른 지역에서 장거리를 운전해오면서 8~10년간을 나와 함께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아직도 합창단의 3분의 1을 차지하신다. 이것이 우리 창원교사합창단의 저력이 아닌가한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다.

 

정기연주회가 끝나면 샌드아트처럼 싹 다 지워지고 다시 새로운 그림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올해는 어떤 선곡으로 단원들이 행복해할 수 있는 노래를 하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무대를 만들어 관객이 공감하고 행복해하는 무대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러기위해 선생님들에게 꼭 필요한 노래를 선곡하려 애를 쓰다가 원하는 곡이 없으면 편곡을 시작한다. 그것이 내가 합창편곡을 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합창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만나 노래로 하나가 되면서 시너지를 이루기 때문에 지휘자는 잘하는 단원뿐 아니라 부족한 단원들도 주인공으로 이끌어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고 연주가 힘들어도 함께하시는 선생님들의 소질을 발굴하여 있는 모습 그대로를 연주하며 선생님들의 성장을 돕는다.

 

창원교사합창단의 재도약도 필요하고 내게도 쉼이 필요하기에 올해 제10회 정기연주회를 끝으로 창원교사합창단을 떠나려 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와 가장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성산아트홀 대극장 대관은 수능전날인 1115일 수요일만 가능하다고 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했지만 시간도 너무 부족하고 수능전날이라 관객들이 많이 오기도 힘든 날짜이다. 게다가 단원들은 작년보다 더 줄어들고 의욕도 떨어져서 연습에 어려움이 크다.

 

추석연휴를 맞이하여 연습시간은 더욱 부족하지만 정작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재정에 있다. 올해는 전혀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정기연주회를 선생님들의 회비로만 진행해야 하기엔 많은 무리가 있다. 남은 것은 스폰서 밖에 없어서 스폰서 모집을 시작하고 있다. 그렇게 되자 단원들의 가족들이 서서히 스폰서에 동참하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 어려웠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내게 있어서도 마지막 10회 정기연주회를 가장 어려운 상태에서 진행하게된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려고 한다. 언제나 가장 어려웠을 때 기적에 가까운 큰 은혜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마음은 평안하다.

 

11월의 15일의 정기연주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우리의 연주가 가슴을 잔잔하게 울리는 연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연주회는 그동안 교사합창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해해준 가족들과 우리선생님들 그리고 관객들이 왜 합창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와 함께 꾸미는 합창연주에서는 그동안 연주해왔던 곡들 중 선생님들이 다시 부르고 싶은 곡들로 꾸미시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올해 연주곡들은 유달리 내가 편곡한 곡들이 많다. 곡마다 많은 사연들이 있기에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음악은 시간예술이기에 녹화를 한다 해도 그 자리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번 정기연주회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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