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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USIC/작곡

[작곡] 나의 학교

by 김귀자 2010. 8. 22.





내가 맡았던 반 아이들의 생일과 관련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여자아이가 있다. 늘 뒤에서 혼자 말없이 지내던 그 아이는 언제나 외로워 보였고 친구들과도 썩 잘 어울리지 못했다. 예쁘게 생겼고 너무나도 착한데도 불구하고 칭찬한번 받아보지 못했는지 늘 고개가 축 늘어져 있다.

마침 영희의 생일이 돌아와서 카드와 선물을 건넸다.


"사랑하는 영희야, 생일 축하한다. 너무나 착하고 예쁜 네 모습이 참 보기가 좋구나.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라."

카드와 선물을 받아들더니 이내 얼굴이 붉어진다.
교무실을 나오자 영희가 복도에서 머뭇거리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가온다.

"영희야 너 여기 왜 서있어?"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생일선물을 받은 적이 없어요. 오늘 선생님한테 처음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그래? 생일축하해. 오늘 즐겁게 보내라."
"네."

그러다 9월 도간교류를 통해 창원으로 오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반 아이들과 이별을 하게 되어 심하게 충격을 받은 아이들에게 운동장조회에서 교장선생님께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라고 하신다.

2년 반이었지만 잊을 수 없었던 초임지의 기억들을 노래에 담기위해 노래를 만들었다.
마지막 인사로 노래를 하였지만 채 맺지 못하고 떠나왔던 나의 초임지...

나의 학교

갈매기떼 날으는 소리에 부서지는 파란물결
금빛은빛 노을 어리는 바람 모두를 사랑해
바닷가 저편에 서있는 자그마한 나의 학교
흙먼지 속에 핀 영롱한 눈동자 진리를 안고 있네
푸르른 내일을 기약하면서 달리는 꿈나무들
잊지못한 추억속에 선생님 작별을 고합니다.
바닷가 저 편에 서있는 자그마한 나의 학교
금빛은빛 노을 어리는 바람 더욱 아름다워라.

반성문 사건, 가출사건을 비롯하여 수많은 에피소드를 남기고 학교를 떠나왔다.
반성문을 쓰라고 했더니 "너 자신을 헤쳐 보아라." 는 쪽지를 보내와 내게 벌을 받았던 반장이 자전거를 타고 버스 정류장까지 마지막 배웅을 나왔다.

학교를 옮기고 몇달이 지나갔다.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는데 삐뚤빼뚤하고 맞춤법이 서툰 영희의 편지였다.

"선생님 어디 있어요? 우리 선생님이 왜 거기 계세요? "
"빨리 돌아오세요. 나 학교 그만두고 선생님 찾으러 갈래요."
"선생님이 어디에 있는지 알면 찾아갈테니까 이 편지 받으시면 꼭 꼭 연락해 주세요."
"제발 선생님이 편지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못 받으면 어떻게 하죠?"

눈물 자욱이 편지에 흥건히 고여있다. 짧았지만 너무나 가슴아픈 편지였다.
결국 그 아이에게 답장을 못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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