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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Photo Diary

제10회 정기연주회 영상

by 김귀자 2017.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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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연주회가 끝이 난지 어느새 사흘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여러 면에서 평생 잊지 못할 무대로 남을 것 같다. 공연은 분명 감동적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지만 공연이 끝날 때까지 지휘자는 많은 어려움들을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어려움이 크면 축복도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주는 그야말로 축복의 시간들이었다.

1시40분 성산아트홀 대극장 도착
올해는 객석에서 입장하는 새로운 시도와 미취학 아동 입장에 대해 성산아트홀 측과 많은 실랑이를 벌였다. 게다가 2시에 연습이 시작되어야 하는 무대 위의 합창대 설치가 그때까지도 되지 않아 무대감독님을 찾아가 따지는 일도 발생하게 됐다. 결국 안전문제에 대한 많은 약속과 다짐들을 하고 힘들게 단무장님이 미취학 아동의 입장 허가를 얻어냈다. 다행히도 새로운 무대감독님은 빠르게 우리의 일을 도와주시기 시작했고 음향감독님 역시 너무도 친절하게 많은 요구사항들을 잘 이행해 주셨다. 지금까지 공연한 중 가장 친절한 감독들을 만나 너무 감사했다.

헌데 곧이어 우리에게 닥친 시련‘지진’

2시20분이 넘어서 리허설이 시작 되었다. 그런데 지휘를 하는 무대 밑 마루가 자꾸 흔들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 성산아트홀 측의 대피령이 내려졌고 대기실로 대피하면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선생님들도 나타났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으면서  공연과 관객에 대한 걱정도 잠시 곧 모두 밝아졌다.

잠시 후 다시 재개된 연습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리허설 과정은 역시 올해도 잘되지 않았다. 많은 부분들이 미완성에다 어색함 그리고 연결부분이 끊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 했다.
게다가 여선생님들이 오랜만에 높은 구두를 신으셔서 그런지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고 가사에 자신이 없어 소리도 잘 모아지지 않았지만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 무대를 이끄시는 것을 확신했기에 너무나 평안했다. 선생님들이 장시간 연습에 힘들지 않도록 앉다 서다를 반복하며 리허설을 가볍게 마쳤고 더 이상의 추가연습은 하지 않았다.

6시30분
각 장별로 부족한 곡에 대한 설명과 각 곡의 느낌을 가사의 주인공이 되어 노래로 표현 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시작 전 파트별로 빌려온 드레스 사진촬영을 하자고 했다. 모두 얼굴이 밝아지며 무대 뒤에서 사진을 찍는 즐거운 시간들이 이어졌다.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니까 지금을 즐겨야 한다.

드디어 시작된 공연
단원가족들과 제자들의 응원메세지가 담긴 오프닝 속에 우리학교 3학년 학생들이 만든 영상이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어서 단장님 인사말씀과 함께 내빈 소개가 있었다. 지진이 나고 수능이 일주일이 연기된 상황 속에서도 우리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을 비롯하여 교육감님, 교육장님, 많은 학교의 교장,교감선생님들이 자리한 가운데 객석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전 단원들이 관객들에게 축복받으며 객석에서 무대로 오르기 시작했으며 선생님들은 나의 손길과 눈빛에 집중하며 음악 속으로 몰입하고 계셨고 나는 중간 중간 OK 사인을 보냈다. 이번 연주엔 선생님 한분의 추천 곡이었던 핑크마티니의 ‘초원의 빛’의 편곡을 마침내 완성하면서 올리게 되었다. 가사가 너무나 감동적이다.

“세상이 너무 빨리 움직여. 사는 속도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 우리 머리를 잔디 위에 쉬게 하면서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을래?”

아기 때부터 엄마를 따라다니며 교사합창단에서 자라난 6살 ‘사랑’이의 솔로와 가족들 소개에서부터 객석은 뭉클해지기 시작했고 이어서 객석에서 올라온 가족들과 함께하여 연주한 합창 ‘동요메들리’와 엄마,아빠의 사랑을 나무에 비유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연주된 2장은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10년간의 에피소드를‘ 이야기가 있는 합창무대’로 꾸민 3장에서는 지난 시절들의 기억을 다시 불러와 행복한 무대를 펼쳤으며 관객들과 함께 노래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제 마지막 앵콜무대만 남겨두고 있다.

12명의 솔로와 함께한 합창곡 ‘우리’

단원의 반이 앞으로 나와 한명 한명 가사를 관중에게 말하듯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과정들을 눈빛으로 격려하고 인사하자 가슴이 뜨거워졌다. 마지막 소절부터 모두 서로 손을 잡고 하나가 된 우리들은 함께 객석을 향해 나아가며 노래했고 손을 흔들며 무대를 떠났다. 가슴 뭉클함 속에서 공연은 끝이 났다.

단원과 가족 그리고 관중이 행복한 무대를 꾸미고 싶었던 나의 꿈이 무대에서 실현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언젠가 나도 내 편곡 작품 발표회를 하게 될 기회를 가지게 되겠지만 이번 연주회는 그동안 내가 편곡해서 사랑 받았던 곡들을 선생님들이 추천해주어 많은 곡들을 연주하게 되었다.

내게 편곡이란 참으로 어렵고 고통에 가까운 일들이다. 그 곡들을 편곡하기 위해 밤마다 초긴장 속에서 얼마나 씨름했던가! 하지만 다행히도 그 작품 중 많은 곡들이 살아남아 여러 곳에서 연주되는 것을 본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음악회 전반에 걸쳐 행정, 뮤지컬, 자리 배치, 율동, 의상 등 한 꼭지씩 맡아서 맡은바 책임을 다하시는 선생님들과 끊임없이 간식과 먹거리를 챙겨와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게 자발적으로 돕는 선생님들이 계시다. 그동안 작은 소질이라도 발견되면 무조건 그 분에게 그 역할을 맡겨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서인지 우리 합창단에 전문가들이 날로 늘어난다. 이분들은 내가 오랫동안 끊임없이 이야기해오며 꿈꾸어왔던 합창무대를 이루어 주셨다. 선생님들이 완전 혼연일체가 되어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전율이 아닐 수 없다.

10년 전 첫 회부터 뮤지컬을 도입했고 움직이는 합창을 시도했을 때 선생님들의 반대가 극심해 많은 시도를 할 수가 없었던 것에 비하면 10년이 흐른 지금은 실로 많은 자비부담이 있었고, 19곡을 외워서 노래해야 했으며, 곡마다 율동연습이 따랐지만 누구하나 불평이 없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무한신뢰를 통해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나를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합창지휘를 통해 난 리더가 되어가는 법을 깨닫게 되었다.

무대 뒤로 강만호, 천홍아 지휘자 선생님들이 오셨고 전임 부지휘자 제양현 선생님 그리고 전임 단장님과 단원 선생님들이 찾아오셔서 우리와 함께 기쁨을 나누어 주셨다. 무대 밖으로 나오니 모르는 분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환호를 보내 주시고 계신다.

35명이 넘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7~8명 이상의 단원이 줄어들고 기존 단원들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었다. 우리 합창단에는 창녕, 함안, 김해 등 먼곳에서 계시는 분들이 많아 연습시간마다 보통 한 시간 정도 기다리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지기 선생님들은 대부분 먼곳에서도 마다하시지 않고 출석하신다. 하지만 15명 안팎의 출석으로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려니 너무나 막막했다. 게다가 올해는 지원이 전무하여 오로지 단원들의 자비로 이 큰 무대를 충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내게 너무나 부담이 되었다. 단원들이나 나나 모두 이번 정기연주회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들이 가득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우리는 많은 관객앞에서 너무도 감동적이고 성공적인 무대를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단언했다. 선생님들은 그런 나의 말을 믿었고 나를 따라주었다.

하지만 연습은 부족해도 객석에서 축복받으며 무대에 오르는 입장, 가족들을 무대에 오르게 하여 함께 행복한 무대를 만드는 것, 노래와 함께 가사를 해설과 마임으로 표현하여 관객의 공감 이끌어내기, 관객과 함께 노래하기, 마지막 우리 단원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노래로 표현하고 함께 격려하는 모습들의 내가 원하는 디테일을  다 집어넣었다. 정말 대작업 이었다. 다시 이런 연주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다를까 무대를 나서는데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해준다. 모르는 사람들까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으니 관객들의 공연에 대한 느낌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올해가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것 같다. 가족들과 다른 합창단원들, 그리고 지인들의 인사를 비롯해서 우리학교 김기현 선생님 가족과 윤은경, 정재희, 원어민 에반선생님, 권현지, 전영미 선생님이 많은 꽃다발과 선물들을 가지고 오셨다. 선생님들이 어찌나 활짝 웃으시며 감동적이었다고 해주시는지 너무 행복했다. 같은 학교 선생님들이 응원해주는 것은 정말 힘이 된다.

그런데 그 순간 너무나 반가운 친구들이 내 앞에 나타났다.
“음악회를 보면서 우리와 함께 했던 예전 선생님의 손짓과 지휘 모습이 그대로 떠올랐어요. 그때가 그리워요.” 한다. 바로 대암고등학교 합창부원들 성영이, 홍국이, 수빈이, 호연이다. 연락을 제대로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연주회를 찾아준 친구들이 고맙기만 하다. 사진 전문가이기도하고 글 잘쓰는 호연이가 무대 대기실로 찾아와 편지를 건넨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내가 부임해서 창단했고 함께 합창단 이름을 정했던 기적의 합창단  '미라클러스코러스' 단원들과 함께했던 창원그랑프리합창제 초청연주에서 선보였던 편곡 '날 봐 귀순'을 함께 연주했던 그 때의 성산아트홀 무대가 다시 떠오른다. 얘들아 너무나 고마워.

마침내 연주영상 자료가 나왔다.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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