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8월 31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하는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강의실로 향하는데 너무나 긴장이 된다. 많은 학생들이 입구에서 문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아직 듣기와 말하기가 안 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수업을 듣게 되니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온 몸이 얼어붙고 있다.
학생들이 비발디의 악보를 사기 위해 한 줄로 늘어섰다. 다행히 멀리서도 30달러라는 말은 들린다. 얼른 나도 줄에 합류했다. 악보를 받아보니 비발디의 '글로리아'였다. 1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강의실로 들어오는데 자리가 모자를 정도이다. 나는 소프라노 자리에 앉았다. 은발의 로젠바움 교수는 마이크도 사용하지 않고 조용한 목소리로 한 번에 학생들을 제압하고 있다. 그렇게 시끄럽던 강의실이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교수님의 간단한 경고가 이어졌다.
첫째, 강의실에 들어올 땐 물 이외엔 가져오지 말 것
둘째, 핸드폰은 끈다.
셋째, 옆 사람에게 묻지 말고 교수에게 직접 질문한다. 결론은 떠들지 말라는 내용
그때 누군가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100여명이 학생들이 일제히 그 학생을 쳐다보았다. 이 상황을 그대로 넘어가지 않는 교수님은 그 자리에서 그 학생에게 폰을 끌 것을 지시한다.
이어서 자기 파트에 확신이 없는 학생에게 손을 들라고 하더니 이름을 묻는다. 한 남학생이 저음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대답하자마자 “Bass" 하고 외치며 베이스 파트의 중간 자리로 옮기라고 지시하는 로젠바움 교수. 순간 폭소가 터져 나온다.
드디어 본격적인 합창 연습이 시작되었다. 파트별 소리가 마음에 안 드는지 뛰어가 소리를 듣기 시작하더니 음정이 불안한 학생을 찾아내서 그에게 맞는 파트로 옮긴다. 어쩌다 다른 소리를 내는 학생이 있으면 그것을 꼭 지적해서 경고를 하고야 마는 은발의 로젠바움 교수는 유머가 넘치면서도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 보인다.
100여명의 학생들의 목소리가 튀어나오는 소리 없이 하나가 되는 것이 참 듣기가 좋다. 특히 테너는 가성을 하나로 만들어 소리를 내는데 전혀 무리가 없게 들린다. 소리가 가벼우면서도 블랜딩이 잘 되어 코러스엔 그만일 것 같다. 이 교수님의 특징은 두 시간 연습 중에 1시간 20분을 집중해서 연습한 후 10분을 쉬고 나머지 30분 연습을 하고 마치는데 효율적인 것 같다.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용기를 내서 교수님께 찾아갔다. 학생들이 교수님을 만나려고 줄을 지어 서있는데 도무지 용기가 잘 나질 않는다. 마침내 내 차례가 와서 일전에 메일을 보낸 '귀자 김'이라고 소개를 하니 메일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많아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한번 한국에서 온 합창지휘자 라고 설명했더니 기억이 났는지 갑자기 놀라운 제안을 하신다. 합창 지휘 수업엘 들어와도 좋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수업 강의실과 시간을 말씀해 주시며 가버리신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Really?'를 연발했다. 그래도 못 미더워서 노트를 들고 교수님께 찾아가 수업 시간과 강의실이 몇 호인지 직접 써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Thursday 12:30 Baird Hall 237' 이라고 적어주시는 것이다.
와!... 이럴수가...
마침내 수업이 끝났다. 하지만 일일이 출석체크를 놓치지 않는 파트장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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