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 시민들이 사랑하는 커다란 개들 만큼이나 이곳에는 파리 크기도 king size이다. 그런데 요놈이 꽤나 똑똑하다. 하루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요란한 소리를 내는 벌크기 만한 왕파리 한 마리가 집안에 들어왔다. 그래서 집안 식구들이 출동하여 파리 잡기 소동이 벌어졌다. 도무지 잡힐 기세가 안 보인다. 한 시간을 씨름해도 날쌔게 커튼 뒤로 숨어버린다. 결국 우린 더불어 살기로 했다.
그러다 쓰레기를 비우러가기 위해 문을 열었는데 그 틈새로 왕파리가 빠져나가 버린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전날 방문했던 왕파리 한 마리가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또 다시 온 집안을 휘젓고 날아다닌다. 아마도 창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것 같다. 혹시나 싶어 문을 열어 주었더니 또 날아가 버린다. 그것도 꼭 한 마리다.
이젠 문 열어주면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왔다 문 열어주면 다시 나간다. 굳이 잡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제 처신을 잘 알아서 하는 왕파리다. 허허 신기한 일이로고. 그러던 어느 날, 모처럼 가족들과 버팔로 윙의 원조인 앵커바에서 식사를 했다. 너무 매운맛을 시켜 식구들이 많이 먹지 못하고 남아버려 결국 남은 소스와 윙을 박스에 담아와 접시로 옮기고 랩으로 싸놓았다.
다음날 남은 윙조각들을 오븐에 넣으려고 접시를 꺼냈는데 아니 이런... 아뿔사...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분명히 랩으로 꼼꼼하게 싸놓았는데 그 속에서 우리 집을 늘 방문하던 왕 파리가 마치 구조를 요청하듯 랩 밑의 접시를 우왕 좌왕하며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들어갔지? 보통 똑똑한 놈이 아니다.
랩을 뜯어내자 미친듯이 한 마리가 튀어나온다. 그런데 이건 뭐야.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버팔로 윙을 엄청이나 사랑했던 왕파리가 그의 절친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 한 마리는 그리 똑똑지가 않나보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맛에 빠져들다 그만 소스에 빠져 버린 것이다. 빨리 발견했으면 구해줄 수 있었으련만 시간이 너무 흘렀나보다.
다른 어떤 음식에도 관심을 안보이던 왕파리였었는데 친구에게 맛보이려다 그만... 안타까운 친구의 죽음을 지켜보게 되었다. 슬픈 왕파리. 그날 이후로 한 번도 볼 수가 없다. 그게 그리도 맛있었을까 절친 까지 데려오게. 난 지독히 맵고 별로 맛없던데. 결국 남은 버팔로 윙 조각들은 왕 파리들이 시식한 관계로 쓰레기통으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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