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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감상문

합창의 힘, 영화 <코러스>

by 김귀자 2010. 8. 11.


합창을 통한 치료


프랑스 영화 <코러스>, 어떤 관점으로 만들어졌을까가 무척 궁금했다. 무서운 독방에 갇히면서도 교사들에게 끊임없이 대적을 하는 가시 돋힌 아이들이 다니는 기숙학교에 한 음악선생님이 부임해오면서 영화가 시작이 된다.

자신을 무시하고 골탕먹이는 아이들 속에서 유머와 지혜로움으로 감정싸움에 말려들지 않는 새로 부임해온 음악교사는 체벌중심의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새롭게 유도하여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게 한다.

그 다음 단계, 아이들을 단결하게 하고 빗나간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방법은 상담이 아니라 코러스를 선택했다는 데 있다. 선생을 조롱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를 듣고서부터 코러스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다. 음치는 음치대로 탁월한 소리를 가진 아이는 솔로로 발탁하는 등의 수준별 수업을 이끌어내는 음악선생님이다.

이렇게 밤마다 정성스레 만든 자신의 곡을 가지고 마음을 닫고있는 아이들의 마음에 불어넣은 코러스의 훈풍은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세찬 바람 속에서도 외투를 벗지 않은 사나이의 외투를 해님이 벗긴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영화 속에서도 그의 모든 영광은 교장이 가져가지만 그 욕심으로 인해 결국 그는 해임 당하고 무명음악교사는 제자들의 마음에 영원한 선생님으로 남게된다. 그 순간엔 버려진 교사라 생각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면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는 영화다.

영화 속의 자신을 열 수 없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10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새 학교에 부임했던 3월, 2학년 2반에 들어가자 반장이 결석한 상태였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 수소문해도 알 수 가 없었고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끝내 찾지 못했었다.

내가 그의 소식을 알게된 건 사라진 1년만에 산꼭대기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신문기사를 통해서이다. 부모가 없어 스님이 보호하고 있었던 그 아이는 꽤나 깊은 사고를 가진 성숙한 아이였었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그러나 이렇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빗나간 행동을 하지만 꽤나 조숙하고 자기나름대로의 세계에 깊이 빠져있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아이들에게 상담이나 다양한 언어를 통해 물리적으로 열어보려 하고있지만 역시 많이 실패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보듯이 더 이상의 체벌과 설득이 없이도 음악이 들어가면 사람의 마음은 절로 변화가 된다. 그것도 가사가 있는 합창이 주는 영향력은 굉장하다. 노래를 하다보면 자신이 되고싶은 모든 세계를 자유롭게 누릴 수가 있으며 더이상 외롭게 혼자가 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날아다니는 천사가 되기도 하며 노래로 자신의 한을 마음껏 풀어내어 자신을 사랑하게 하는 합창. 내가 합창을 지도하게 된 이유 역시 영화와 같다. 아이들이 합창을 하게되면서 변화되는 과정은 그 어떤 가르침보다 강력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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