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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감상문

당신이 바로 지금 해야할 일은...

by 김귀자 2010. 8. 11.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바로 그것"



모처럼 한줄기의 비가 대지를 적셔주자 더위가 한결 수그러들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돌고 있지만 한낮의 기온은 아직 여전하기만 하다.

거리를 나서니 군데 군데 피어있는 코스모스들이 진한 가을을 알리고 있지만 생활 속에서 오는 잦은 상실감들은 그런 계절의 변화를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무력감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때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

평생 죽어 가는 수백명의 사람들을 돌보면서,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죽음의 순간"이라는 책을 펴내어 세계적인 죽음 전문가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던 호스피스의 창시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2004년 갑작스런 뇌졸증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보냈던 그녀의 이야기들은 가슴 아픈 현실 속에서도 새로운 시야를 갖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녀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와 함께 생을 향해 달려가는 살아있는 자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내놓은 유언이 담긴 저서 '인생수업'

그녀를 포함하여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인터뷰는 과연 무엇일까! 과연 죽음과 마주한 사람들의 삶의 교과목들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세상이 부조리하고, 하찮고, 무의미한 삶 속에서 즐겁지 않은데도 웃고, 마음이 맞닿지 않는데도 관계를 맺고, 절망 속에서 밥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그토록 마지막에 하고 싶었던 유언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들이 말하는 삶이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이란 '정체성, 사랑, 인간관계, 시간, 두려움, 인내, 놀이, 용서, 받아들임, 상실, 행복'

그들이 고백한 마지막 유언들은 이것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인생은 기회이자, 아름다움이며, 놀이다.'
'삶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려라.'
'삶에서는 배워야 할 것들이 있고, 단 한 번의 삶으로 그것들을 다 배울 수는 없지만, 진정으로 살아 보기 전에는 죽지 말아야 한다.'
'살고(Live), 사랑하고(Love), 웃으라(Laugh). 그리고 배우라(Learn).'
'상실은 무엇이 소중한지 보여 주며, 사랑은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가르쳐 준다.'
'관계는 자신을 일깨워 주고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준다.'
'두려움, 분노, 죄책감조차도 훌륭한 교사이다.'
'삶의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
'삶은 그 특별한 매력을 나타내기 위해 굴곡이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헤어질 사람이라고 말하던 세상을 떠나가기 전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의 잔잔한 음성이 귓가에 맴돌고 있다.

"누구나 죽음을 마주하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배움은 삶을 더 의미 있게 해줍니다. 그 배움을 얻기 위해 꼭 삶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까요? 지금 이 순간 그 배움을 얻을 수는 없을까요?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배움들은 무엇일까요? 그것들은 두려움, 용서에 대한 배움입니다. 사랑과 관계에 대한 배움입니다. 놀이와 행복에 대한 배움입니다."

이보다 더한 '인생수업'이 있을까. 이렇게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는 것 중 하나가 되겠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있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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