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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음악사랑

창단 한달만의 아름다운 공연

by 김귀자 2010. 8. 4.

 

4월 봄맞이 축제를 맞이하여 창원시립합창단에서는 3월 29일 `추억의 팝송과 베스트가요 톱10‘이라는 주제로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조명과 음향, 타악기가 설치된 화려한 연주에 걸맞게 관객에게도 야광 봉을 나눠주어 축제분위기를 한껏 드높였다.
이런 대형무대에 창단식을 마친지 한달밖에 안되는 창원교사합창단이 찬조출연을 제의 받았다.
무리한 일정 속에서 진행된 3월.
마침내 3월 29일 공연 일정이 눈앞에 다가왔다.

가장 업무가 많은 3월이었던 지라 어려운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난다.
학교업무와 자녀를 돌보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연습에 참여해야 하는 선생님들
가족들이 다치거나 힘든 일들이 생겨나고 세분이나 교통사고, 허리, 발목 부상이 일어났다는 소식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픈 선생님들이 늘어나고 나까지 심한 독감에 걸려 합창단에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공연 전까지 연습시간 전원 출석은 거의 불가능 했다.
게다가 아직 가사를 채 못 외운 선생님들
연주곡 ‘사랑하면 할수록’
자신 있는 소리와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표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이야기들과 원맨쇼를 벌여보았지만 아직 감동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피가 마르는 순간들이다.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하고 있지만 발전이 없는 연습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선생님들을 너무 피곤하게 하는 것 같아 마음도 아프고 결국 눈을 감고 한참을 지휘했다.
곡이 끝나고 눈을 뜨자 선생님들 몇 분이 눈가를 훔치고 계신다.
아!......
이미 내 생각을 읽고 계신 선생님들이다.
그날 밤 합창단 카페에는 파이팅을 외치는 아름다운 격려의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단장님과 부단장님이 다녀가시고 봉림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으로 드레스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이미 한 시간 전에 도착하신 선생님들이 안무연습 총 정리를 하고 계신다. 이젠 누구랄 것도 없이 스스로 움직이시는 모습들....
선생님들의 모습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관객들이 선생님들의 모습에 압도되지 않을까!
이제 성산아트홀 대극장 리허설만 남겨놓고 있다.

성산아트 홀에서의 짧은 연습을 마치고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다음날의 멋진 연주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며 일찍 헤어졌다. 내일은 선생님들의 날이 될 거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와 혼자 웃고 있는데 갑자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세요? 학생부장님 부탁합니다.”
“전데요.”
갑자기 긴장이 된다.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학생부장을 찾다니...
아니나 다를까 항의성 전화다. 수 분 동안 설명과 해명을 거듭하면서 이해를 시키고 끊고나니 가슴이 허탈하다.
거리의 활짝 핀 벚꽃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아! 봄이었구나.
이토록 아름다운 꽃의 계절인 것을.

D-day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속속 도착하셔서 무대 뒤에서 화장을 하고 옷을 입으면서 사진을 찍고 계시는 모습들이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무대를 확인하고 있는데 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선생님 한 분이 허리를 심하게 다쳐 입원하셨다는 비보였다.
지금까지 함께 연습했었는데 출연하지 못하게 되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어려운 일들이 일어났지만 서로에게 안마를 해주며 파이팅을 외친다.
시립합창단의 마지막 곡에 맞추어 댄스를 하며 몸을 풀기 시작하는 선생님들.
마침내 우리의 출연 순서가 되자 무대 밖으로 나갔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곡은 영화 클래식 OST ‘사랑하면 할수록’
조명이 들어오자 사선으로 몸을 틀어 빈 공간을 응시하는 합창단 사이로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멀리서 청아한 글로켄슈필의 주제 멜로디가 들려오자 피아노의 반주가 이어지면서 서서히 합창단의 시선은 무대중앙으로 향하고 조명은 환하게 밝아진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보랏빛 드레스를 입고 마치 가사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노래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니 전율이 흐른다.
너무도 아름답게 첫 곡을 마쳤다.
두 번째 곡은 ‘탱고 메들리’
왈츠 분위기의 전주의 시작과 함께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나왔던 탱고가 흐르기 시작하자 남자 댄서가 신비롭게 무대를 나오자 이어서 화려한 의상의 여자 댄서가 입장하고 있다.
탱고 경연대회를 준비하는 큰 키의 매력적인 전문 댄서들이라 그런지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
선생님들의 ‘탱고 메들리’를 듣고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면서 한번 해보고 싶다고 출연을 결심했던 두 댄서가 고맙기만 하다.
이 곡을 편곡할 때부터 수 없이 고치고 다듬으며 고생했었는데 고생한 만큼 효과를 발휘한 것이 기쁜 마음이다.
관중으로부터 갈채가 이어지며 다음 곡 준비에 들어갔다.
세 번째 곡은 가요 ‘장미’
이 곡은 벌써 세 번째 연주를 하고 있지만 할 때마다 버전을 바꾸어서 여전히 그런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단원 30명 중에서 남자단원이 5명밖에 되지 않지만 남선생님들의 역할에 커다란 비중을 두었다.
전 단원이 흥겨운 댄스를 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선생님의 장미꽃 이벤트는 관중들로부터 큰 호응이 얻어냈다.
아쉽게도 마지막 곡이 시작된다.
네 번째 곡은 ‘캘리포니아드리밍’
일당 백 역할을 맡은 남선생님들이 섹소폰, 드럼, 기타와 노래 솔로까지 드디어 실력을 보일 차례가 왔다.
시작을 알리는 드럼의 스틱 소리와 함께 신디사이저가 신나는 전주를 시작했다.
드레스가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화사하고 아름다운 표정 속에 선생님들의 다양한 안무가 선보이기 시작한다.
화려한 솔로의 신나는 연주가 이어지자 관중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간주가 섹소폰 연주로 이어지자 핀 조명이 들어오고 열정적인 연주가 이어지면서 관중과 연주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무대는 피날레로 갈수록 화려해진다.

그렇게 해서 연주는 마쳤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관중들의 환호 속에 퇴장했던 그날의 기억들이 마치 환상처럼 느껴진다.
가족과 친구 동료교사에게서 스타가 되신 선생님들
선생님들 내면에 감추어진 소질을 모두 끄집어 낼 수 있다면 앞으로 더 행복해 지겠지.
연주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세찬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창단식 때도 그렇게 폭우가 쏟아지더니만.
우리에게 비는 이제 축복의 비다.
더욱 하나가 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된 우리 교사합창단은 함께 있어서 행복하고 위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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