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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음악사랑

왜 합창을 지도하세요?

by 김귀자 2010. 8. 4.
에세이집이 출간되다


담임을 맡게 되었고 여전히 합창지도는 계속되고 있다. 점심시간 합창지도를 위해 혼자 이른 점심을 해결해야만 했고 다른 선생님들이 퇴근할 무렵이 되면 음악실로 향해야 했던 기나긴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것이 안타까운 마음에, "선생님,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왜 합창을 지도하세요?""꼭 해야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하고 물어오는 동료 교사가 많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외로운 헌신에 보답하듯 아이들이 언젠가 만들어 내는 '기적'을 직접 보지 못해서 하는 말일 게다.

'즐기면서 노래한다는 것, 자신감, 전율을 느끼며 부르는 합창, 수상의 기쁨, 일어날 변수에 대해 준비하는 자세, 전략, 예측, 양보, 지켜보기, 감정에 말려들지 않기, 어려운 상황을 변화시키는 도전,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사랑.'

교사는 학생들이 변화해 나가는 모습 속에서 보람을 느낀다. 세상에 나가 빛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소금 역할을 하기까진 오랜 눈물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열매를 맺는 결실들을 바라볼 때처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내가 원하는 일을 도전해 놓고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제2, 제3의 수제자들 때문이다. 그들은 더욱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에 그 능력을 환원할 것이다. 나처럼 우매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해내는 것을 보면 못해낼 사람은 없다.

아니 못해내는 것이 아니라 해보지도 않고 미리 겁먹고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희망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사. 진정한 교사의 역할은 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합창은 그 변화를 가장 감동적으로 가져오게 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날카로운 아이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 속에 따뜻한 미소를 띠며 밝아지는 모습이 그 증거다. 이렇게 확실한 변화를 지켜보면서 어떻게 지도를 그만둘 수 있을까!

합창에 관심이 많은 선생님들이 짬짬이 내게 노하우를 물어 오신다. 막상 선생님들께 질문을 받고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동안의 오랜 합창지도 생활들을 되살려보니 참으로 많은 아픔과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성공과 화려함에 비해 수십 배 깊은 영광의 상처들이 보인다. 더 이상 그런 좌절과 상처를 거듭하지 않기 위한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것은 집착을 버리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자신보다 남을 낫게 여기며 주위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서로 'win-win'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높이를 아이들에게 맞추고 진심으로 원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합창을 통해 진정한 변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때 모든 것들은 덤으로 따라온다. 소리와 피치 그리고 예술적인 부분까지.

무엇보다 지휘자의 음악적, 내면적 가치관이 중요하다. 어떤 것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지게 마련이니까. 내 경우에는 아직 그만큼 끌어내는 지도력은 부족하지만 감동적인 합창을 끊임없이 추구해오고 있다.

가슴으로 하는 연주만으로도 관객이 연주의 메시지를 읽고 감동 받을 수 있는, 그래서 잠시나마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합창을 말이다.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가슴을 울리는 합창이야말로 최고의 합창이 아닐까!

▲ 합창곡 '꿈의 도적' 연주장면
ⓒ 김귀자
그동안 어설픈 글쓰기를 해왔다. 지난 20여년간 음악교사로서 음악과 합창을 지도하며 겪었던 인생 이야기들을 적은.

마침 창간 5주년을 맞은 웹진 에세이의 '에세이 작가 100인 발굴'을 위한 원고공모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용기를 내서 그동안 써온 이야기들을 출판사에 제출하였던 것이 OK사인이 떨어진 것이다. '음악과 합창'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제목은 평소에 무척 자주 듣고있는 질문이기도 한 '왜 합창을 지도하세요?'로 정하였다. 마침내 출판사에서 에세이집이 곧 출간 될 거라는 소식을 보내왔다.

축하드립니다.
책이 아주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 ^^.
아마 오늘쯤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오늘 교보문고로 배본할 예정이고요.
책 받아본 소감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아마도 20여년간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그런지 합창곡집을 출간할 때보다 기쁨이 크다.

'글'은 '말'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다. 하루 하루가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생각할 때 더이상 하고싶은 일들을 미뤄서는 안되지 않을까!

책을 정리하고 보니 삶이 객관적으로 보인다. 내놓기가 부끄러운 글이지만 이렇게 뜻이 깊은 시간이 오게 될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가슴이 떨리고 눈물도 난다. 이렇게 기적같은 일을 베풀어주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영광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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