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사는 이야기

제자가 보내온 최고의 퇴임 선물

by 김귀자 2021. 1. 31.
SMALL

마고합창부 출신 재즈피아니스트 전선식, 성악가 창한이가 보내온 글과 최고의 노래선물이 방금 도착했다.
미국에서 재즈피아니스트, 프랑스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약하다 돌아온 세계적인 나의 제자들...

고마워. 창한아 선식아
너희들 정말 멋지다.

영화 홀랜드오퍼스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홀랜드선생님이 연단으로 올라갔을 때 무대커튼이 젖히며 기수별로 앉아있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
시장이 된 여제자가 퇴임 연주를 위해 그에게 지휘봉을 넘긴다.

홀랜드 마지막 작품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 각지에서 모여든 제자들을 바라보며 눈물로 지휘하는 홀랜드선생님을 바라보며 나의 퇴임 모습을 막연하게나마 그려보았었다.

그런데 오늘 홀랜드 선생님이 부럽지 않다. 너무 감동이다.
점점 다가오는 퇴임의 시간이 조금은 떨리지만 이제는 잘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창한이가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

처음 노래를 시작하게 만들어 주신 김귀자 선생님께서 은퇴를 하신단다...
정년까진 아직 몇 년 더 남았지만 박수칠때 떠나라는 말 처럼 떠나신단다...
참 선생님답고 멋지시다. ㅎ

모든 사람들은 인생을 살다보면 귀한 선생님 몇분은 분명 만날거라 생각한다.
나에게는 김귀자 선생님이 항상 1번이다.

고등학교때 1학년만 신입 단원으로 합창부에 들어갈수 있는데 1학년때 담임선생님께서 합창부는 절대 안된다고 하셔서 못들어갔는데 2학년이 될때까지 기다려주셨고, 본격적으로 성악을 시작 할때 쯤 지방 모 대학교에 고등학교 선배님이 교수로 계시니 오디션을 가자고 오디션을 잡아주셨고, 그 오디션때 돈 많이 없음 음악시키지 말라는 말만 듣고 와서 풀죽어있는 나를 성악전공 음악 교생 선생님께 다시 부탁하여 노래를 시작하게 만드셨고 혹시 성악으로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 본인이 재수를 책임지시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하신 선생님...

어쩌면 성악가 임창한이 만들어질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신 선생님...

나 하나만 해도 이런 귀한 기억들이 있는데 선생님께서 선한 영향력을 미친 많은 제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또 다른 많은 이들에게 그 영향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내 기억엔 아직도 30대 이신데 벌써 은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이 곡은 선생님께서 예전에 모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전근 가시기 전에 헤어지는게 아쉬워서 만드신 곡 이라는데 곡과 가사가 아름다워 선생님께 녹음할수있게 해 달라고 특별히 부탁드렸다.

참된 스승님이 부족한 이 시대에 이런 귀한분을 교단에서 떠나 보내는게 정말 아쉽지만 선생님이 남기신 귀한 유산들은 영원히 남을것이다...

오늘 이 노래가 선생님께 특별히 위로가 되길 원하고
선생님의 많은 제자들도 선생님을 한번 더 기억되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면...

반응형
LIST

'글쓰기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  (0) 2022.01.15
생일  (0) 2021.06.13
내가 바라는 수업  (0) 2021.05.27
가족 여행  (0) 2021.05.27
제자들의 노래 선물  (0) 2021.02.01
10회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며  (0) 2017.10.05
주절 주절  (0) 2016.03.11
새로운 출발  (0) 2016.03.11
새로운 시각을 여는 배움  (0) 2015.08.04
캐나다 언니에게  (3) 201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