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 차 김해 외~ 동 가나요?
아침부터 부산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해운대 시외버스 정류장에 가서 창원행 표를 끊었다.
버스에 올라타려는데 기사님이 저만치 계신다.
"아저씨 이 차 창원가죠?"
무우 뚝뚝한 아저씨가 귀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출발시간이 되자 운전대에 앉는다.
아주머니 한 분이 올라오셔서 앞자리에 앉자 차 문이 닫히고 시동소리가 들려온다.
차가 마악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며 웬 다급한 목소리
아줌마 : "아저씨 이 차 김해 가나요?"
아저씨 : "안가요. 버스 위와 옆에 커다랗게 써 놓았잖아요. '창 원' 이라구"
마침내 버스가 출발하자 마지막으로 타셨던 아지매의 한 말씀
아줌마 : "무뚝뚝해 보여도 아저씨는 친절하신거에요. 어떤 아저씨는요 아예 대답도 안해줘요."
아저씨 : "아무리 서비스 직업이라지만 운전기사도 사람입니다. 같은 말을 계속해 보세요. 힘들거든요." "게다가 어떤 사람은 폭행까지 하죠. 앞으로 운전기사에게 폭행을 하면 잡혀갑니다."
아줌마 : "맞아요. 그런 사람들은 다 잡아가야 돼요."
아저씨 : "그래도 저는 길 가에서 손을 들고 세워 달라고 하면 꼭 세워줍니다."
"한번은 1차선으로 가고 있는데 다급하게 아가씨가 손을 흔들며 세워달라고 하는 거에요. 도무지 외면할 수 없어서 위험했지만 무리하게 차선을 바꿔가며 마침내 아가씨가 서 있는 곳에 가서 차를 세웠죠. 멀리서 손으로 사인을 보내며 빨리 타라고 했습니다."
"근데 문이 열리더니..."
아가씨 : "아저씨, 이 차 김해 '외~ 동' 가죠?"
....
돌아오는 내내 속으로 배를 잡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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