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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사는 이야기

생일이 같은 자매

by 김귀자 2010. 8. 4.

지난 토요일 저녁에 초대되었던 가슴 뭉클했던 가정음악회가 다시금 떠오른다. 붉은빛이 번져나가는 석양빛을 받으며 시낭송이 이어지고 이어 클래식 기타연주가 고요한 밤하늘을 수놓았다. 뜨락에 종이를 깔고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자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감동이 가슴을 타고 흐른다. 지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이런 시간들은 삶에서 꼭 필요한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해서 캐나다와 미국에서 15년을 보내던 언니가 잠시 귀국해서 옛 추억을 찾으러 서울을 다니러 갔다. 언니의 추억속엔 나의 추억도 함께 묻어있다.
고려대학교에서 토플을 들으러 갔던 기억도 새롭고 대학가요제에 나갔던 언니 친구들의 가억도 새롭기만하다. 

군인이시라 늘 전방에 나가계시던 부모님과 떨어져 우리는 서울에서 살았기에 언니는 동생과 내게 엄마같은 존재였다. 내성적인 나에 비해 무척 활발하고 친구가 많았던 언니는 지금도 마음을 주고 받는 변함없는 친구들을 가지고 있다.

음력으로 5월 4일

언니 생일날 내가 태어나 우리의 생일은 같다. 해마다 생일이 되면 내 생일상을 차려놓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던 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집에 손님들이 오면 노래로 맞이했던 대방동의 예쁜집도 기억난다. 무용을 하던 언니를 따라다니며 의상을 들고서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을 드나들던 기억들도... 발레와 가야금 병창 그리고 설장구까지 정말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던 언니였는데...

오늘이 그런 언니와 나의 음력 생일이다. 십여년만에 같은 하늘아래에서 생일을 맞았건만 오늘도 언니는 엄마와 대구에서 나는 창원에서 보내고있다.
친정에 전화해서 언니의 생일을 어머니께 알려드렸더니 생일 기념으로 엄마와 함께 외식을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언니, 생일 축하해."




옛 친구들과 만남속에서 그리운 시절을 잊지 못하는 언니를 보며 나도 함께 그때 그 사람들을 찾는 작업에 동참했다. 20년만에 나누는 안부전화가 얼마나 새로울까! 괜시리 흐뭇해져 온다.

이제 얼마있으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하는 언니지만 아마도 떠나기 전에 한번밖에 만나지 못할 것 같다. 정말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러버렸을까! 우리가 함께 보냈던 어린시절이 이렇게나 생생하기만 한데. 이제 또 언제 만날 수 있으려나!

언니야

미국은 지금 몇 시쯤 되었을까!
'콜로라도의 달' 노래처럼 정말 콜로라도의 달이 크고 아름다워?
콜로라도 Denver라고 했지?
높은 지대라서 하늘이 무척 가깝게 느껴지겠다.
지금은 밤인가?
형부와 현수 그리고 건은이 모두 잘있지?
안부 전해줘.

멀리서나마 이렇게 홈페이지를 통해서라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지?
늦게나마 매일 언니가 내 홈페이지에 들어와 글도 읽어주고 비평도 해주니 참 좋다.
수필집 낼때도 언니에게 미리 보였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었을텐데.

오늘 아침에 엄마가 수경이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떠나셨어.
아직도 비행중이실거야.
이제 언제 돌아오실까!
어제까지 통화를 해서 그런지 괜찮을줄 알았는데 지금은 많이 우울해.
집전화도 오늘 끊는다고 하네.
비가 오더니 그 좋던 벚꽃도 모두 떨어져버렸어.

수경이 가족과의 짧은 만남이 많이 아쉬웠어.
알렌도 전혀 안변했고 일리사와 로시나도 너무나 예쁘게 컸더라.
말끝마다 Thank you 를 연발하더라.
수경이가 참 교육을 잘 시킨 것 같애.
이렇게 한번 만나고나면 몇 년 훌쩍 넘겨버리고...
또 언제나 만나게 될까!

우리가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렸을까!
어릴적 대방동 살던 기억이 지금도 이렇게 생생한데 말이야.
그리고보니 언니는 정말 엄마같은 언니였었어.
오랜 세월을 떨어져 지냈지만 옛 기억은 하나도 잊혀지지 않는 것 같아.

언니 대학교 다닐때 무용발표회를 비롯해서 국립극장에서 했던 가봉대통령 환영공연까지 내가 무용의상을 들고 참 많이 따라다녔는데 그치?
언니가 추던 설장고, 가야금, 발레, 에어로빅 ‘미키’도 모두 기억이 나.
언니 친구들도...
그리고보니 언니와는 참 많은 추억을 공유한 것 같다.

언니 덕분에 중3때 내가 지었던 ‘우리집 찬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
지난 우리가족들의 추억이 너무나 소중한 것 같아.
아버지와의 추억도...
최전방 원통에서 아버지와 스케이트타며 활짝웃는 사진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애.
'싸운드 오브 뮤직' 따라한다고 집에 찾아오신 손님들에게 노래까지 불러주곤 했었는데...ㅎㅎㅎ

언니가 좋아하는 mother of mine을 마침내 찾았어.
신영옥이 엄마를 생각하며 부른노래라 그런지 더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아.
이 곡을 들으며 글을 올리려니 엄마가 떠올라 괜시리 눈물이 난다.
우리 자매들을 키우면서 엄마가 가진 추억은 또 얼마나 많으실까!

오늘은 어릴때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다니면서 정들었던 언니에게 글을 띄우고 싶었어.
미국 생활이 많이 외롭겠지만 그래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야 해.
또 연락할게.

생활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함께하고있는 동생이




언니야

어느 새  세월이 흘러 2010년의 생일을 맞이했네.
내 생일이 언니 생일과 같아서 참 좋아 이렇게 서로를 생각해줄 수 있으니 말이야.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내가 진해쪽으로 학교 옮겼다고 말했던가?
학교생활?... 으이그... 몰라.
캐나다로 옮겼다면서? 그 곳 날씨는 어때?
여기는 요즘 많이 더워.
엄마는 잘 도착하셨고 지난주에 가족들이 함께 모두 모여 현충원에 다녀왔어.
모두 보고싶다 그치?
언제쯤이면 우리 가족 모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까!
그래도 인터넷이 발달하여 이렇게나마 축하해줄 수 있어서 참 좋네.
언니야 오늘 무조건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 알았지?
늘 건강 조심하고 안뇽!ㅋㅋ
참 언니 우리 서울에 살때가 많이그립지? 그래서 광화문 연가도 올려놓았으니 즐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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