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의 대학시절
태희, 미혜, 현주, 영은...
모두 어떻게들 지내고 있을까!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들...
캐세이퍼시픽의 스튜디어스였던 현주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등진 미혜
나보다 먼저 결혼했던 영은
한때 CF모델로 날렸었던 태희
모두 모두 참 그립다.
그 중에서도 태희와의 추억은 너무나 아련하다.
대학시절 작곡과였던 나와는 달리 피아노를 전공했었던 태희
너무나 아름다워 내가 먼저 반했었던 친구
당시 집에 그렌저가 두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시절 태희는 차를 타고 다니지 않았었다.
하지만 몸이 아파 꼭 타야할 경우가 생기게되면 우리집 근처에 내려 나를 기다렸고 백미터 전방에 내려 학교까지 걸어 다녔다.
늘 조용하고 새침한 편인지라 태희집엘 가본 친구는 별로 없었던 차에 하루는 소음악회를 열겠다고 친구들을 10여명정도를 집으로 초대 하였다.
넓은 정원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 멀리에서 첼로와 바이올린 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스탠드바가 있는 거실엔 우리를 위해 준비한 듯 보이는 뷔페음식들이 차려져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니 방음장치가 된 연주실이 있었다.
종종 실내에서 소음악회를 열었는지 그랜드 피아노와 손님용 의자들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다.
그날의 소음악회는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요즘도 간혹 소음악회를 열때가 있는데 그것은 아마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고픈 마음이 강렬해서 일것이다.
태희는 그후에도 종종 나를 집으로 초대하였는데 갈때마다 생상의 '서주와 론도와 카프리치오소'를 틀어주었다.
그리고 난 피아노를 연습하는 태희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쇼팽과 슈베르트 연습곡들을 내게 들려주었다.
연주때마다 태희의 아름다운 모습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황홀하게 했고 가는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터에 내가 보디가드 역할을 해야할 정도였다.
새로생긴 고풍적인 카페가 생기면 먼저 발견하여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까지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과제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시간들을 거기서 보냈다.
쫄면을 먹으면서 함께 유학을 가자고 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명동에서 나와 걸어가다가 CF모델로 발탁되기 전까진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었다.
모델로 뽑히면서 태희는 안나오는 광고가 없었다.
최초의 광고라면 '라면일번지' 였을 것이다.
"라면 일번지가 어디죠?"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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