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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사는 이야기

그리운 친구들

by 김귀자 201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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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의 대학시절
태희, 미혜, 현주, 영은...
모두 어떻게들 지내고 있을까!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들...
캐세이퍼시픽의 스튜디어스였던 현주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등진 미혜
나보다 먼저 결혼했던 영은
한때 CF모델로 날렸었던 태희
모두 모두 참 그립다.
그 중에서도 태희와의 추억은 너무나 아련하다.
대학시절 작곡과였던 나와는 달리 피아노를 전공했었던 태희
너무나 아름다워 내가 먼저 반했었던 친구
당시 집에 그렌저가 두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시절 태희는 차를 타고 다니지 않았었다.
하지만 몸이 아파 꼭 타야할 경우가 생기게되면 우리집 근처에 내려 나를 기다렸고 백미터 전방에 내려 학교까지 걸어 다녔다.
늘 조용하고 새침한 편인지라 태희집엘 가본 친구는 별로 없었던 차에 하루는 소음악회를 열겠다고 친구들을 10여명정도를 집으로 초대 하였다.
넓은 정원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 멀리에서 첼로와 바이올린 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스탠드바가 있는 거실엔 우리를 위해 준비한 듯 보이는 뷔페음식들이 차려져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니 방음장치가 된 연주실이 있었다.
종종 실내에서 소음악회를 열었는지 그랜드 피아노와 손님용 의자들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다.
그날의 소음악회는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요즘도 간혹 소음악회를 열때가 있는데 그것은 아마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고픈 마음이 강렬해서 일것이다.

태희는 그후에도 종종 나를 집으로 초대하였는데 갈때마다 생상의 '서주와 론도와 카프리치오소'를 틀어주었다.
그리고 난 피아노를 연습하는 태희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쇼팽과 슈베르트 연습곡들을 내게 들려주었다.
연주때마다 태희의 아름다운 모습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황홀하게 했고 가는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터에 내가 보디가드 역할을 해야할 정도였다.
새로생긴 고풍적인 카페가 생기면 먼저 발견하여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까지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과제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시간들을 거기서 보냈다.
쫄면을 먹으면서 함께 유학을 가자고 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명동에서 나와 걸어가다가 CF모델로 발탁되기 전까진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었다.
모델로 뽑히면서 태희는 안나오는 광고가 없었다.
최초의 광고라면 '라면일번지' 였을 것이다.
"라면 일번지가 어디죠?"
"저기요."

    동영상 썸네일     동영상 썸네일      동영상 썸네일
     (라면일번지 동영상)       (영창피아노 동영상)        (썰타침대 동영상)

    너무나 생생한 광고 동영상을 마침내 인터넷에서 찾아냈다. 이렇게라도 친구 얼굴을 볼 수 있다니...
    내가 가장 아름답게 기억하는 선전이라면 영창 피아노 선전이다.
    어린시절 세라복에서부터 대학생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어 연주복 입고 인사하는 장면까지 태희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 유명했던 정진우 교수 제자답게 피아노를 참 맑게 잘쳤었는데...
    한참 유명해지다보니 이름도 '태화'로 바꾸면서 태화장갑, 봉세탁기, 대진썰타침대를 비롯해서 고수동굴을 취재하는 리포터에 이르기까지 많은 선전을 휩쓸었다.
    한때 충무로의 스타라는 말까지 돌았을 정도였다.
    늘 저렴한 3,4만원의 옷으로도 기십만원짜리로 소화해내는 태희
    예쁜 미모만큼이나 주관도 뚜렷한 강한 친구였다.
    아무리 화려한 제의가 들어온다 할지라도 자신이 실력이 안된다 싶으면 마다했었던 친구
    언제나 내가 감탄하며 바라보았던 친구
    늘 몸이 약했었던 태희의 모습이 내게 아른거린다.

    현재는 좋은사람 만나 결혼해서 미국에서 정말 아름답게 살고 있다.
    미국으로 건너간 후 얼마까진 계속 연락이 되었었는데 우리집과 태희집의 주소 및 전화번호가 바뀌는 바람에 이젠 완전히 연락이 두절되어 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태희 친정집과의 연결도 끊겨버렸고...

    참 보고싶다.
    사랑하는 태희야 언제나 행복하길 바란다.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날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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