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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사는 이야기

생애 첫 사인회

by 김귀자 2011. 1. 20.

미국주립대 버팔로 캠퍼스에 1년간 교환교수로 떠나는 남편을 따라 나도 동반휴직을 내고 3월 초순에 아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날예정이다.

창원교사합창단과의 만남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돌아올때까지 기다리시겠다는 선생님들...
1년이면 짧은 시간이 아닌데 어떻게해야할지...

이번 주 합창연습은 새로 출간한 편곡집 '행복한 합창 나라'의 리딩 세션을 하기로 했다.
힘들었지만 만드는 내내 행복했었던 작업이라 책 제목도 '행복한 합창 나라'라고 정했다.
하지만 첫 곡부터 읽어 내려가다보니 전반적인 분위기가 애수를 띤다. 좀 더 밝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 곡 한 곡 모두 함께 악보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움이 지는 자리'
이 곡은 함께했던 순간들을 그리며 만든 노래입니다. 헤어질때 부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넬라판타지아'
남자의 자격의 감동을 되살리며 만든 곡인데 언제 불러도 아름다운 곡이죠?

'도나도나-카츄사'

아름다운 선율과 자유를 꿈꾸는 '도나도나'와 러시아 민요 '카츄사'를 메들리로 엮어보았습니다. 가슴에 잔잔한 동요를 일으키는 곡이죠.

'그림 그리고 싶은 날-화가-뚱보새-아기염소'
가사가 맑고 아름다움을 심어주는 동요들입니다. 제가 아주 사랑하는 동요연곡입니다. 가사를 살려 연기하며 노래하면 대~박! 

'백만송이 장미'
러시아 사랑의 연가죠. 가사를 생각하며 노래로 그 느낌을 표현하고 연출할 수 있다면 가슴이 뭉클해질 것입니다.

 '별의 노래'
진해여고 연극반을 위해 만들었는데 '방황하는 별'에서 별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스마일 - 뉴질랜드의 연가'
웃음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길 바라는 의미에서 '스마일', 어린시절 불렀던 '연가'의 추억을 한데 묶어봤습니다.

 '라 스파뇨라-돌아오라 소렌토로- 오 솔레미오'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학생들의 애창 외국 가곡입니다. 특히 오 솔레미오는 남,녀학생 모두 정말 좋아한답니다.

'쌍 뚜와 마미 - 샹제리제'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샹송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메들리로 엮어보았습니다. 특히 샹제리제! 이 곡은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죠. 휘파람도 꼭 집어넣으세요.ㅎㅎ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
작년에 개봉된 영화 '하모니'에서 나왔죠. 인생에 대한 교훈이 담겨 있으면서도 곡이 흥겨워 연출하여 노래하면 앵콜곡으로 그만입니다.

제임스 본드 007 테마

김연아의 명연기가 기억나시죠? 너무 멋져서 저도 무반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곡의 긴장감을 살리고 그에 맞는 연출이 따라주면 참 멋질 것 같죠? 소품으로 선글라스와 007 가방이 꼭 있어야 됩니다.ㅎㅎ

'졸업의 눈물'
영화 '스잔나'에서 진추하가 졸업식때 불렀던 노래죠. 졸업식마다 부르는 '올드 랭 사인'은 이제 그만 부르고 이 노래를 불러보면 어떨까요? 졸업식에 맞게 가사를 붙여 편곡하였기에
가슴이 뭉클할 거에요.

 '편지'
신작시 신작곡에 보냈던 가곡 '편지'를 합창곡으로 만들었습니다. 늦은 밤 책상에 앉아서 차성우 작시의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 속의 많은 말들을 그 시에 담아 작곡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가슴이 애잔합니다.

 'I will wait for you'

추억의 영화 '쉘브르의 우산' 주제가 입니다. 재직했던 여러 학교에서 이 노래를 가르쳤죠. 여학생들이 이 노래로 사랑을 고백한다면 안 넘어갈 남자가 없겠죠. 특히 군대가는 남친에게...ㅎㅎ

'렛잇비'
인생에 교훈이 되는 정말 좋은곡이죠. 영어 가사를 리듬에 맞게 한국어로 번역해서 붙였습니다.

'Shape of my heart'
아름다운 곡조에 반해 만들었어요. 남성 아카펠라 중창단이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Prelude and The Sound of music'

 
'사운드 오브 뮤직' 첫 장면에 나왔던 곡이죠.
천사들의 합창이 바로 이런 곡이 아닐까 싶어서 만들었어요. 울림이 좋은 곳에서 여성합창단이나 어린이 합창단에서 이 곡을 부른다면 모두 천사처럼 보이지 않을까요?ㅎㅎ
"여기까지 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자 
선생님들이 박수를 치신다.
악보를 만드는데 고통이 컸었던만큼 곡에 대한 기대도 컸었는데 막상 맞닥뜨려보니 실력의 한계가 느껴져 씁쓸한 감정을 지울수가 없다.

리딩세션이 끝나자 허탈한 심정에 휩쌓인다. 그때 갑자기 선생님 한 분이 다가오신다.

"지휘자님 사인 부탁드립니다."
"어머, 전 사인이 없는데요."
"그래도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써야하죠?"
"이럴때를 대비해서 사인을 만들어 놓으셔야 합니다.ㅎㅎ"


그러자 이어서 다른 선생님들도 줄을 서기 시작했다.

졸지에 생애 첫 사인을 하게된 것이었다.
갑자기 손이 덜덜 떨리며 글씨가 꼬불 꼬불해진다.

"이렇게 쓰면 되나요?"
'혜존'을 많이 쓰긴 하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냥 이렇게 썼다.

'존경하는(사랑하는) ㅇㅇㅇ 선생님께'
'김귀자 드림'
'2011년 1월 18일'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져 온다.
옆에선 선생님이 사진을 찍고 계신다.
난 사인도 없는데... (우짜노...)

언제나 한결같이 믿어주시고 지휘자로 지지해주시는 창원교사합창단 
이 분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인생이 고단하고 외로웠을까! 

어느 새 이름만 많이 알려져 있는 나
하지만 정작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거의 없다.
그것이 인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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