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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사는 이야기

사회자의 꿈

by 김귀자 2011. 1. 23.

12월 2일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있었던 경남교원자생연구회 활동실적발표회 사회를 맡게 되면서 지난 1주간은 긴장과 설레임 속에서 보냈던 것 같다.

고교시절 오로지 호기심만으로 도전하였으나 실패했던 방송반, 방송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학졸업후 또다시 용감하게 도전했었던 대구MBC 방송국 아나운서 오디션

긴장된 상태에서 마이크를 대고 읽어내려가는 순간 나의 목소리가 너무나 생소하고도 이상하게 들려온다. 결국 당황하여 같은줄만 몇번이나 읽어내려 갔었던 방송멘트 ...결국 고교시절과 똑같은 실수를 했다. 하하하

그것이 결국 마이크 공포증으로 변하고 마이크만 갖다대면 평소에 하던말도 혀가 꼬이면서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대학방송국장을 지냈던 동생은 그즈음 대구MBC방송국에서 리포터 및 다양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감탄할만큼 생방송을 잘해내는 동생을 보니 대리만족이 느껴진다. 나 역시 꿈꾸던 아나운서 였다. 그러던 어느날 걸려온 한통의 전화가 걸려와 멋진 목소리의 주인공이 동생을 찾는다.

알고보니 한창 인기있는 유명한 아나운서가 아닌가. 그런데 웬걸...그 분이 동생 목소리보다 더 좋다고 추켜주는게 아닌가! 하하하 하기야 지금은 목이 좋지않아 많이 허스키 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어느정도 괜찮을때다. 그후로부터 난 마이크공포증을 이겨내기 위하여 다양한 시도를 했다.

마고에서 청소방송 멘트를 대학방송국에서 녹음하여 청소시간마다 틀어 주었고 여러번의 인터뷰 및 방송출연, 체육대회 멘트등을 통하여 이겨보고자 무척이나 노력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교내방송으로 하면 쉬울일을 일일이 교실을 찾아다니며 전달하던 나날들...ㅎㅎㅎ

수능방송뿐 아니라 여러번 멘트를 할 기회들이 왔었지만 많이 거절했을 뿐 아니라 될 수 있으면 방송하는 일들을 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게다가 말수가 줄다보니 그나마 말하는 방법조차 잊은듯...

그런데 경남교원자생연구회 활동실적발표회 사회를 의뢰해온 것이다. 처음엔 안되겠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많은 선생님들이 추천하셨는데 정말 안되겠냐고 다시 묻는다. 잠시동안 생각을 했다.

'그것도 교육감님을 비롯해서 교육관계자 및 많은 선생님들이 모인 자리가 아닌가!'
'거기서 또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잖아!'
'이번 기회를 통해 이겨내자.'

결국 하겠다고 승낙을 하려고 하니 과학교육원에서 재차 연락이 온다. 긴장이 많이 되었지만 다행히 여러번 경험이 있으신 김 선생님과 함께하는 사회인지라 다행히 안심이 된다. 사회 연습도 연습이지만 교육과학연구원 연구사님들과 한팀이 되어 공조하다보니 즐거운 연습시간을 가진 것 같다.

함께하는 사회연습이 이렇게 재미있을줄은 미처 몰랐다. 긴장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스릴만점의 시간 드디어 당일

일주일 내내 원고 멘트대로만 읽었는데도 혀가 자꾸 꼬이기만 한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대화도 많이 나누고 말좀 많이해야 할 것 같다. 여기저기 아는 선생님들이 많이 눈에 띄어 눈인사를 나누면서 오전 리허설 연습까지는 계속 원고대로만 읽는 연습을 했다.

마침내 오후 2시 30분 교육감님이 도착하시고 타종이 울리면서 라이트가 켜지며 우리 둘의 입장을 시작으로 공연이 시작 되었다. 환한 조명아래 객석은 어두워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평안하다. 활짝 웃는 모습으로 첫 멘트를 시작하였다.

처음 시작하는 '새 날'팀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와 '하나되어'를 열정적으로 부르는데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이렇게 공연에 집중 하다보니 원고에 없는 멘트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선생님들의 수고와 감동을 어떻게든 표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공연에 집중하며 그 감동들을 애드립으로 넣기 시작 하였다.

실제로 이날 선생님들이 보여준 연주들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정성어린 연주들을 보여주는 선생님들을 옆에서 지켜보니 감동이 밀려온다. 모이기 조차 힘든 교사생활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즐기는 선생님들의 모습 음악과 춤을 생활화 하며 취미활동들을 하시는 모습들이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짧은 멘트가 절로 들어가면서부터 사회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옆에서 편안하게 사회를 이끌어 주시는 김정인 선생님이 웃으시며 나보고 무대체질이라 하신다. 이렇게 해서 나의 첫 사회는 성공리에 마쳐진 듯하다.

객석에서 어떻게 느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성취감에 대한 만족감이 가슴을 타고 흐른다. 나중에 전화통화를 나누었던 이 장학사님이 100점 이라고 칭찬을 해주신다. 하하하

어른들도 역시 아이들과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 작은 칭찬에 감동받고 또 행복해 하고...그러나 아직 마이크 공포증을 이겨낸 것 같지는 않다. PD가 KBS 라디오 방송국 리포터를 보내 취재를 하러 왔지만 연구사님께 취재를 부탁하라고 했다.

잘 알고 지내는 아나운서의 말에 의하면 처음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 그 다음은 쉽다고 하는데 끝나고 나니 다시 두려워 진다. 마치고나서 전화를 걸어 실컷 자랑을 했다. 요 며칠간은 뭘 보든 사회자 들의 멘트가 솔깃해진다. 그래서인지 마치고 난후에도 아직 멘트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에 사회를 보며 느낀 것인데 사회자가 관객들이 연주팀에 감동하고 격려를 받을 수 있도록 동기유발을 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연주자들은 더욱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혼자서 하는 사회보다 두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낸다는 것 또한.

어쨌던 사회의 기술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운 좋은 시간 이었다.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 같다. 강의도 이러하지 않을까! 명강사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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