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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젊은 처녀가 있었다. 그녀는 푸른 바다가 보고싶었다.
그래서 집을 떠나 바다를 찾아가게 되었다. 일렁이는 넓은 바다를 그리며 계곡의 조약돌 위를 쏜살같이 흐르는 작은 시내를 따라 긴 여행을 떠났다.
그 처녀는 여행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잠깐 쉬었다 가라는 사람도 있었고, 더 이상 계속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처녀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목표가 있었기에 그녀는 계속 갔다.
어느 날, 처녀는 몹시 지친 상태로 큰 사거리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은 높은 산을 앞에 두고 네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이 처녀는 어느 길이 바다로 가는 길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길이 다 불확실해 보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그곳에 앉아 있었다. 도시로 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함께 가자고 했으나 그녀는 거절했다. 가까운 숲으로 가는 외로운 방랑자가 함께 가자고 했으나 그녀는 거절했다. 그녀가 가고싶은 곳은 바다지 숲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몇 주가 지나고 계절이 바뀌었지만, 그녀는 그 사거리를 떠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어떤 농부를 따라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그녀는 농사일을 도와주며 몇년을 그곳에서 보냈다.
그러나 처녀의 가슴은 다시 바다로 가득 찼다. 결국 바다에 가기 위해 다시 네 갈래의 길이 만나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그곳에서 서성이며 어쩌할 바를 몰랐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또 다른 마을로 물건을 팔러 가는 한 아낙을 만났다. 그녀는그곳에서 바지와 셔츠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바다를 향한 그리움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더 이상 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그녀는 또 다시 큰 사거리로 되돌아왔다. 이제는 아주 친숙한 곳이 되어버린 사거리에서 꼼짝도 않고 앉아 어느 길이 바다로 가는 길인지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처녀는 중년이 되고 머리에는 흰 머리카락이 늘어갔다. 등도 서서히 굽어 가기 시작했다. 더 기다릴 수 없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마침내 큰 사거리가 갈라지는 곳에 우뚝 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산에 오르면 어느 길이 바다로 가는 길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높은 산은 이미 할머니가 된 그녀에게 쉬운 길이 아니었다. 가파른 능선을 따라 점점 더 높이 고독한 길을 올랐다. 산꼭대기의 밤은 너무도 추웠다. 어쩌면 산꼭대기에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그래도 그녀는 계속 올랐다.
드디어 탈진한 몸으로 산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그녀는 산정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광에 압도되었다.
오랫동안 산정에 앉아 저 밑에 자신이 출발한 커다란 사거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부터 산의 좌우로 네 갈래의 길이 굽이굽이 갈라져 나가고 있었다.
하나는 대도시를 향해 뻗었고, 또 한 길은 숲 속으로 나 있었고, 다른 한 길은 그녀가 농부를 도와 농사를 지었던 작은 마을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머지 한 길은 그녀가 바지와 셔츠를 만들어 팔던 시장이 있는 그 마을로 연결되었다.
이제 노파가 되어 버린 처녀는 산정에 서서 몸을 떨었다. 네 갈래 길은 산을 에둘러 나가 넓은 평원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그리고 반짝이는 수평선이 펼쳐진 바다까지 곧장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녀에게는 다시 사거리로 내려갈 힘이 없었다.
'아무 길이나 골라 끝까지 갔었더라면......'
하지만 그녀는 아무 길도 선택하지 않았고, 어떤 길도 끝까지 갈 수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녀는 물보라를 일으키는 바닷물에 온몸을 담그고 바다 냄새에 흠뻑 빠져드는 일은 평생 단 한번도 없으리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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