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년 지내기 위한 필요한 서류들과 심사절차가 이리 까다로운데 이민 수속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게다가 출국 시간은 다가오는데 미국에서의 일처리는 한 없이 느려 애간장을 태우기만 한다. 그러나 우리 가족의 미국 입성을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셨다는 확신이 든다. 몇 달을 기다려도 해결되지 않던 일들이 겨우 20여일 만에 모두 해결된 것이다.
가족 4명이 출국 하는 것이라 조금이라도 싼 미국행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나리타-디스트로이트-버팔로행을 끊었다. 1인당 23kg 가방을 두 개씩 가져갈 수 있다고 해서 배로 짐을 부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꼭 필요한 최소한의 짐만 가방에 넣기 시작했는데 겨울이 워낙 춥고 긴 지역이라 겨울옷을 몇 벌 넣으니 금새 가방이 차버린다. 식구들이 모두 사서 입으려면 모두 돈 아닌가!
다음 필수품은 최소한의 먹거리다. 라면과 김을 비롯하여 최소한의 먹거리를 챙겨넣으니 또 하나의 가방이 다 차버렸다. 이렇게 짐을 적게 가지고가서 고생스럽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휴대폰 정지를 못해 놓은 것이다. 다행히 전날 영업 마감시간 직전에 두 명씩 나뉘어 택시를 타고 상남동에 있는 두 군데 통신사에서 무사히 폰 정지를 마치고나니 스릴 만점이다. 그날 밤 우리는 상남동에서 한국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든든한지... 참으로 감사했다. 다음날 일찍부터 콜벤을 두 대 불러 김해 공항으로 향했다. 델타 항공에 짐을 부치려고 무게를 재는데 다행히 무사히 통과다. 이어서 기내용 가방과 소지품 검사가 시작되었다. 예전에는 x-ray로만 검사하고 통과 시켰는데 이제는 아예 가방을 완전히 다 꺼내놓고 분해하더니 다시 집어넣기 시작한다. 그러길 대여섯번. 그러다 물건이 뒤바뀌어 담기는 바람에 없어진 줄 알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침내 중형급 델타 항공에 올라탔고 무사히 이륙을 했는데 하늘이 잿빛이다. 2시간여 타고 가는데 기류의 변화가 심상치가 않다. 착륙이 가까워오는데 기체가 위 아래로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이러다 무사히 착륙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아야할 텐데 하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아이들 손을 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지진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바로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가족이 함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거친 착륙이었지만 무사히 안착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미국 디트로이트로 가는 대형 비행기로 다시 환승하기 위해 나리타 공항을 걸어다니는데 어쩐지 하늘이 음울하기만 하다. 대형 비행기라 그런지 11시간을 비행하는데도 안정감이 있어 불안감은 없었다. 버팔로까지 거의 하루를 걸려 도착했는데도 한국보다 날짜가 하루 늦어 한국 시간으로 10일에 출국하여 미국 시간으로 10일에 도착했다. 가방들도 이리저리 치였는지 너덜너덜해졌고 어떤 가방은 찢어져 있다. 하지만 분실물 없이 모두 제대로 잘 도착한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공항에는 작년 9월에 교환교수로 오신 영문과 교수님이 마중을 나와주셔서 무사히 숙소까지 태워주셨는데 앞으로 이분을 가족의 평생 은인으로 모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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