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프게도 남편의 요통이 다시 도져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게 되었다. 하지만 3일만에 다시 일어났다. 예전 같으면 있을수도 없는 일인데. 마침 이번주가 휴강이라 온종일 남편을 간호할 수 있었다. 아직 조심해야 되지만 11월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따뜻해서 몸조리가 훨씬 쉬워 빨리 회복되고 있는 편이다.
미국에 있으면서 우리 가족을 매 순간 세밀하게 돌보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우리 모두 피부로 느끼고 있다. 여행에서도, 학교 생활도, 아플때도, 내가 좋아하는 가을을 좀 더 오래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신 것도. 버팔로의 가을도 올해처럼 긴 적이 없다고 한다. 내가 너무나 깊이 가을을 마실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는 주님의 손길이 느껴진다.
그러는 가운데 남편의 생일을 맞이했다.
깜짝 이벤트를 벌이기 위해 아들과 딸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남편의 차 key를 가지고 나가서 둘이 멀리 중국 슈퍼까지 가서 장도 보고 웨그망스에 가서 티라미스 케이크도 사와서 숨겨놓았다.
다음날 아침 난 미역국을 끓이고 딸래미는 아빠가 좋아하는 잡채를 만들었다. 그리고 늘 하는 한마디 어느 새 다 커버린 나의 아이들
그리고 메리노
"내려 오세요."
예쁜 카드와 함게 생일 축하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 어느해보다 감동적인 생일 파티다.
직장 생활한다고 함께 있어도 진정으로 함께 하지 못했던 세월들이다.
이렇게 함께 느끼고 다니고 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표현하기가 힘이든다.
어린시절 전방에 계셨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고싶어 해마다 어버이날이 되면 'mother of mine'을 부르면서 눈물짓던 기억이 떠오른다. 방학때 잠시 만나면 또 헤어져야하는 군인가족의 슬픔. 하지만 결혼해서도 난 직장생활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돌보는 엄마는 되지 못했었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내게서 엄마라는 향수는 아마도 못 느낄 것 같다. 늘 학교 생활 때문에 바빠서 입학식이나 졸업식에도 제대로 간 적이 없으니까. 남편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 한해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 제대로 된 엄마와 아내가 된다는 것. 영어 성경공부를 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은 가족들을 'control' 하지 말고 'take care of' 해야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한 없이 나의 위치를 낮추시고 계시지만 모든 것이 진심으로 감사하다.
아침, 저녁으로 등교길과 하교길에 함께하며 역할극을 하는 인형들의 대표주자가 범식이와 나를 닮은 덕이다. 모두 딸래미가 붙인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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