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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체험기

정리의 시간

by 김귀자 2011. 12. 29.
모처럼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유리창에 낀 성에의 결정체가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뻐하며 묵상하는 크리스마스가 마침내 지나가고 2011년도 이제 3일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3월에 도착한 후 지금까지의 시간들은 하나님의 은혜와 보호하심의 나날이었다. 말하고 듣기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도밖에 없었다. 한 없이 낮아지는 생활이었지만 낮은자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그런 내게 너무나도 많은 긍휼을 베풀어 주셨다. 

지금 생각해봐도 수강료 없이 세 과목의 합창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완전히 포기했던 내게 그런 기회를 주시다니 정말로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가족 모두에게 각자의 달란트를 깨닫게 해주셔서 비젼을 갖게 해주시고, 여행을 통해서, 날씨를 통해서, 만남을 통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주셨다. 올 한 해를 돌이켜보니 온통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감사한 것 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다.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할 시간이 돌아왔다. 오랜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지난 시간들이 마치 꿈처럼 여겨질 것 같다. 아쉬움에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올해를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로 삼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빈 손으로 버팔로에 왔다가 이제 빈 손으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 비워져야 다시 채워질테니까.

한국에서 가져온 나의 합창 편곡집들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교회에서 부를 수 있는 곡들은 많지 않아 교회에 주기도 그렇고 주위에 일반 한인 합창단이 있다면 주고 가고 싶은데 이곳엔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가 지금까지 만든 자료들이 과연 합창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을까! 때때로 인터넷에서 나의 곡들이 프로그램에 적혀있는 것을 볼때면 감사와 고마움이 넘쳐나지만 그들과 전혀 교류가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새해엔 하나님께서 비젼과 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역자들을 만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나의 모든것이 부족하기만 한 것이 참 감사하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부족한 자를 사랑하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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