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식

얼마 만에 써보는 글인가!

퇴임식을 앞두고 점심시간에 자주 애용하던 용지호수에 들러 사진을 한 장 남겼다. 그리고 학교주변을 돌아보며 교무실 내 자리와 음악실 그리고 학교주변을 찰칵!

마지막 수업시간 했었던 ‘롤링페이퍼’에는 내 이름이 적힌 종이도 돌아가고 있다. 수업시간마다 따뜻하고 정겨운 말로 다가오는 친구들과도 몇 장 찰칵!

졸업식을 끝내고 다음날 종업식과 퇴임식을 병행했다. 마지막 행사를 위한 애국가 지휘를 위해 지휘봉을 들었다. 마스크를 쓴 학생회 임원들, 교장, 교감선생님과 선생님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그래서 사진첩을 펴고 근무지마다의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피터팬’은 이런 느낌으로 ‘웬디’를 바라보았겠지!

그렇게 한 장 한 장씩 몇 장을 꺼내다보니 사진에는 마음을 다해 보낸 학교생활과 아이들과의 추억들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14년을 함께 보냈던 창원교사합창단 선생님들과도...

남학교, 여학교, 남녀공학의 합창단원들과 사랑하는 교사합창단에게 필요한 곡들을 편곡하며 많은 밤을 지새던 순간들, 초 긴장상태로 몰고 갔었던 합창올림픽과 전국경연대회의 추억들, 그리고 그때마다 적어 내려가던 교단일기가 떠오른다.

해마다 봄이 되면 난 ‘하얀 목련’을 지도했고 ‘학림동산’, 휘파람과 함께 ‘이브 몽땅의 고엽’을 마고합창단과 공연했었다. ‘쉘브르의 우산, 마리자 강변의 추억, 사랑하면 할수록...’

“과연 난 학교생활을 잘 마치고 떠나는 것일까!” “All In 했었는데... 나에게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버지가 군에서 ‘예편’하셨을 때 옥상에서 흘리시던 눈물이 기억이 난다. 늘 강하게만 보이시던 아버지의 눈물은 어릴 때라 그런지 내게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명퇴를 결정하고 나니 허탈감과 슬픔이 밀려든다.

마지막 순간

마산고등학교 합창부 제자들이 퇴임기념으로 ‘스승의 노래’를 직접 작곡하고 모여서 노래를 녹음해서 보내왔다. ‘선식이, 창한이, 정성이, 정남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희의 꿈을 키워주셨죠. 너무나 아름다운 시절 그땐 우리 함께 했죠.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함께한 노래 기억해보며 지금의 행복한 노래로 함께 불러보죠. 때론 지치고 슬픈 일 만나도 우리의 꿈 다시 기억 했죠 당신의 도전은 새로운 용기를 주죠 그 모습 저흰 기억 할게요. 선생님 축복합니다. 새로운 꿈과 행복의 시간 아름다운 사랑과 희망이 함께하길 기도해요“

“......” 그때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래 괜찮아. 그동안 잘한 거 맞아. 이젠 기쁘게 떠나라.”

그날 이후부터 허탈감과 슬픔이 떠나갔다.

초임지를 떠날 때 ‘나의 학교’를 작사 작곡해 인사말을 대신해 아이들에게 노래로 마음을 전했었다. 야로고를 떠날 땐 ‘멜라니 사프카의 The Saddest Thing’을 불렀었던 기억이 난다.

인생은 시간예술이다. 특별한 순간마다 음악으로 마지막 순간을 저장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제 진짜 퇴임식이다. 마지막 수업에서 남겨준 1,2학년 6개반 아이들의 ‘롤링페이퍼’가 내 손에 들려있다. 학생대표 사은사는 배려깊은 작년 1학년 9반 반장이었던 학생회장 지훈이가 나왔다.

“1학년 음악수업 시간에 활짝 웃으시던 선생님의 미소가 천사인줄 알았습니다”고 말하던 지훈이의 미소와 사은사가 지금까지 귀에 맴돈다.

이번 퇴임식 영상음원으로는 ‘창원교사합창단 9회 정기연주회’ 뮤지컬을 위해 편곡한 영화 ‘언제나 마음은 태양 OST 중 To Sir with Love’와 창원과고 합창부 아이들이 불렀던 ‘졸업의 눈물’을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그리고 퇴임식 날의 사진들을 올려 영상으로 만들었다.

마지막 근무했었던 창원중앙고 학생들과 선생님들 또한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