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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교단일기

말로만 듣던 학주 체험기

by 김귀자 2010. 8. 6.
반올림 대본 (교문앞)
학주 : 새로운 얼굴이네. 니는 몇 반이고? 와! 이 시간에 자주 볼라꼬?
학생 : 고개 숙인다
학주 : 그래. 됐다 마. 느그처럼 지각해주는 얼라들이 있어야 내가 학생주임으로서 삶의 보람을 안 느끼겠나. 우쨌든 이 운전면허를 봤제? 앞으로는 내 차를 손수 몰고 더 일찍 나와 더 빠른 시간에 지각생을 잡아 볼끼다. 반가운 소식이제?
학생들 : ......
학주 : (쭉 둘러본다)아뭏든 느그들 고맙다. 느그들 덕분에 오늘도 창의적인 하루를 시작할 수 있네. 오늘은 어떤 벌을 받고 싶노?
~ 중 략~

바로 얼마전까지 "귀자샘, 안녕하세요?" " 그래 안녕?" 하고 씨~익 웃어주던 창원중앙여고를 뒤로하고 대암산에 자리잡은 남녀공학인 대암고교에서 첫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멀리서 학교를 향해 올라오시는 선생님이 계셔 인사를 하고보니 함께 발령을 받은 진해여고에서 가깝게 지내던 조선생님이다.
걸어서 15분 거리에다 산 자락에 터를 잡아서 그런지 신선한 공기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대암` 그러니 갑자기 전에 근무했던 마산고등학교 아이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야, 너희들 앞으로 나한테 `대두`라고 말하지 마.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마음에 안 드시면 `큰바위 얼굴`은?
......

갓 1년된 신설학교라서 그런지 학교 분위기가 매우 가족적이고 따뜻하기만 하다. 게다가 교장 교감선생님의 인격적이며 민주적인 경영철학이 느껴져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기대가 된다.
마침내 교감선생님의 업무 분장이 발표가 되었다.

여러 선생님들의 발표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김귀자 선생님 `인성부장`
씨~익 웃었다. (이건 내 전문분야 잖아!)
발표가 끝나고 선생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갑자기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는 선생님들

"선생님 앞으로 고생 많으시겠어요."
"네? (무엇이 잘못되었나!)
"학생부장 이시잖아요. 많이 힘드시겠어요."
"헉... 으..."
......

알고보니 인성부장 옆에 ()가 있었던 것이었다.
인성부장이 바로 학생부장이라는 (학생주임)

우~ 와~ "내가 그 유명한 학쭈라꾜?"
이건 진짜 코믹이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TV가 켜져있고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있었다.
"으악! 아~악!"
"여보 왜그래요?"
"아니 가위에 눌려서..."
"여보 미안해요. 바느질 할것이 있어서 가위를 당신 배 위에 올려놓았어요. 치울게요." 한다.

조금있으니 수진이가 돌아왔다.
"수진아, 엄마가 `학.주.`되었단다."
"헐......"
"누가 시켰어요 엄마한테?"
"......"

그날부터 1주일간 가위에 눌려 잠도 못자고 글도 한 줄 못 올렸다.
집안에 있는 가위를 모두 치워버려야겠다.

아! 어차피 인생자체가 연기 아닌가!
그동안 `미지공(미친게 지가 공주라고), 미지왕(미친게 지가 왕비라고) 역할만 맡았었는데...
역시 하나님은 공평하셔. 다음엔 무슨 역할을 주실까!
이러다 남자가 되는건 아닐런지...
이왕 이렇게 된거 막가파로!
앞으로는 친구의 폭이 넓어져서 형사친구들까지 두게 되는거 아닐까!

이제 내일부터 `학주`로서 새로운 시작이다.
군인의 딸 아닌가!
근엄한 얼굴로 교문지도부터...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나는 할 수 있다."

휴지의 철학 : 잘 풀리는 휴지를 샀는데 너무 잘 풀려 휴지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그만 휴지가 되어 쓰지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인생또한 너무 잘 풀린다고해서 반드시 좋은 인생이 아니라는 이야긴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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