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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교단일기

2001년의 합창일기

by 김귀자 2010. 11. 17.

정기연주회를 맞이하며  

아이들과 함께 진해로 돌아오면서 시민회관에 들렸다.
박경택선생님과 많은 분들이 내일 연주회를 위해 일하시고 계셨다.
몸살로 인해 몹시 추위에 떨고 계시면서도 내일을 위해 과로로 자신을 혹사하시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참 이거 우리 때문에 이렇게나 고생하셔야 하다니...
미안스러움도 극치에 다다르니 아예 아무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위해 계속 부탁을 드릴 수 밖에 없는 심정이라니...
할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나도 얼굴이 퉁퉁붓고 꼴이 말이 아니다.
이렇게 힘든줄을 알았다면 시작도 안했을텐데...
손님들이 객석을 메워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믿어보고 싶다.

올해의 무대는 정말 대단할 것 같다.
다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그런 무대가 될 것 같다.
아니 절대 엄두를 내지 말아야지.
기틀을 마련했으니까 누군가 반드시 이을 것이다.
기틀잡기가 어려운 것이지 다음은 전례에 따르면 되기 때문에 모든면에서 쉬워진다.
그동안의 어려운 작업들은 이미 다 끝내 놓았다.

아이들이 이젠 제법 잘한다.
마음이 편안하고 기쁘다.
많은 사람들도 만족해 할 것 같다.
적은곡을 연주할때보다 완성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비교적 잘 소화가 될 것 같다.
편안하고 즐거우며 추억과 감동에 젖는 무대를 만들고프다.
마지막 연주를 정말 아름답게 이끌어내고프다.
아이들이 잘해주리라 믿는다.

그동안 우리들을 도와주신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연주회는 없었을 것이다.
어떤 의미로던 마지막 연주회는 우리들에게 필요했었다.
합창부의 졸업식이 필요했었으니까.
아이들에게 떠나가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그 의식은 우리 합창부에게 정말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연주회를 보면서 왜 그리 이 연주회가 필요했었는지를 음악으로 전하고프다.

정말 우리 아이들을 위한 무대가 몇시간 남지 않았다.
벌써 자정을 넘기고 있다.
아이들이 이순간 얼마나 행복해하고 들떠 있을까!
그 행복하고 설레이는 모습을 언제나 물어다 주고 싶은 나였는데...
내일도 놀랍고 행복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비밀로 했다.
행복한 비밀...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얘들아
그동안 많이 수고했다.
올해는 너희들에게 영원토록 잊혀지지 않는 2001년도로 남게 될거야.
그 추억 만들기가 이렇게도 힘이드는구나.
작년에 가을동화를 만들러 서울에 가던 기억들이 나니?
모든것들이 다 떠오르는구나.
내 인생에서 이 진해여고만큼 힘들었던 적도 없지만 또한 그만큼 보람있었던 곳도 없었던 것 같구나.

음악으로 너희들에게 인생에 대한 꿈과 도전 그리고 희망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많이 두려웠지만 용기를 가르쳐 주고 싶었어.
앞으로도 너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들을 찾고 그 길에 도전하는 모습을 가질수만 있게 된다면 나의 교사생활은 성공이야.

사랑한다. 얘들아.
너희들과 함께 만들었었던 지난날들의 추억들이 떠오르는구나.
마리자 강변의 추억으로부터 시작해서 말이야.
마지막 노래를 내가 지은 '그리움이 지는 자리'를 부르고 싶어하는 너희들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움이 물드는 이자리에 서서
지나간 추억을 그리며 노래하네
힘들었던 순간들 기쁨의 순간들을
가슴에 담고 노래를 부르네
그러나 이젠 떠나야 할시간
이시간이 가면 내일은 새로운
세계가 시작 되겠지만
우리들은 잊지 않으리
꿈과 사랑의 그리움의 순간들을
외로울때면 귀 기울여 봐요
외로울때면 기억하리 사랑의 꿈을
기억하리 사랑의 꿈을
사랑의 꿈을...

그래 너희들 모두 무대 위에서 떠나가길 바란다.
떠나가는 친구들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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