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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교단일기

창원중앙여고에서 마지막 수업

by 김귀자 2011.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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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졸업음악회.ppt



"선생님, 저 기억해 주세요."

“그 즐거웠던 음악수업을 안타깝게도 이번 1년 밖에 수업할 수 없게 되어 아쉽습니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 학원에 다녔고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니며 나름대로 음악생활을 즐긴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선생님의 수업방식은 너무나도 즐겁고 이상적이었습니다. (외국 영화에서의 다정하고 개혁적인 음악선생님 이미지..^^)”

“개인발표라든지 체조, 뮤지컬, 반별합창 정말 인상 깊고 추억에 남을 것이고요. 또 우리학교의 학생이라면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독도는 우리땅과 박수... 그리고 입체음악..”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들려주시는 어릴 적 이야기에 저는 펜이 되었답니다. 저는 선생님의 인생이 실제 이곳의 선생님으로선 거의 있을 수 없는... 개방적이고 개혁적이고 멋지게 보였습니다. 항상 스스로 이벤트를 만들어 즐겁게 사신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자기 스스로 기쁨을 찾는 행복! 그래서 저 또한 작지만 이벤트라면 이벤트를 준비한 것입니다. 반 합창 끝나고 그날 야자시간 도착한 선생님의 짧지만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에 저 또한 감동받았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매번 목련이 필 때면 아마 하얀 목련을 부르며 선생님을 생각할 것입니다.”

긴 글을 다 옮기진 못했지만 이 글은 아이들 눈에 비치는 나를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편지가 되었다.

방금 음악반인 2학년 이과반에서의 마지막 수업을 마쳤다.
“얘들아, 오늘이 마지막 시간이지?"
"네 네 선생님"
"오늘은 인생의 대 선배로서 비밀스런 인생의 진리 하나와 ‘롤링페이퍼’ 일화를 들려줄게.”
"네"
“고통은 축복을 예고한단다. 하지만 그 축복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만 고통의 다리를 건너갈 수 있게되지. 무사히 축복으로 건너간 자에게는 플러스 알파의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는 그냥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야. 이것을 바로 ‘은혜’라고 부른단다.

“다음은 일화야. 엤날에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게 된 수녀선생님이 있었단다. 이 반에는 선생님을 매우 힘들게 하는 아이들이 몇 있었는데 그 중에 A와 C 그리고 C와 숫자8을 특별히 사랑하는 아이 때문에 선생님은 많은 고민속에 빠지곤 했었지.”
“그러다 마침내 졸업이 다가온거야. 이틀 전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고 이런 말을 했어.”

“여러분, 지난 한 해동안 우리는 참 많은 일들을 겪었죠? 그렇게 슬프고도 기쁘고 행복한 날들이 지나가면서 마침내 졸업식이 다가왔네요. 이제 학교를 떠나게 되는 친구들에게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들을 이 종이위에 적어봅시다.”
“선생님은 돌아와서 아이들이 쓴 글을 옮겨적어 다음 날 나눠주었답니다.”

“C와 8을 사랑하는 아이도 물론 롤링페이퍼를 받았겠죠. 하지만 그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구겨서 던져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너무나 미워하고 싫어했기에 남을 괴롭히고 욕설을 일삼던 아이였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모두 욕을 썼을 것이란 생각만 했던거죠. 하지만 잠자리에 누우려는 순간 쓰레기통 옆에 있는 페이퍼를 발견하고 읽기 시작합니다.”

“그 페이퍼에는 마이클, 넌 늘 화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 아이인지 난 알고있어. 마이클, 네 옆모습이 얼마나 멋진지 알고 있니?  마이클, 졸업해서도 꼭 연락하며 지내자... 끊임없이 펼쳐지는 그 페이퍼엔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아이들의 사랑이 담겨져 있었던 거죠. 자신이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마이클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마이클은 그 감정을 졸업할 때까지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15년이 흘렀고 수녀선생님은 고등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클의 어머니로부터 다급한 전보가 날아왔습니다.“
“<긴급>저의 아들 마이클이 전쟁터에서 전사를 했습니다. 내일이 장례식이오니 꼭 참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른 비행기로 장례식에 참석하니 15년전 반 아이들이 그 자리에 와 있었던 겁니다. 장례식을 마치자 마이클의 어머니는 지갑에 있는 낡고 너덜너덜해진채 접혀져있는 종이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참석해 달라는 이유는 이것을 보여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머니는 15년 전에 받았던 이 롤링페이퍼로 인해 변화된 마이클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죠. 그러자 옆에있던 마이클의 친구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선생님, 그거 저도 있어요. 어~ 저도 있는데“하며 꺼내들기 시작하는 롤링페이퍼를 보며 선생님과 아이들은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답니다.”

“이제 이 롤링페이퍼의 위력을 알겠죠?”
“자 그럼 이제부터 친구들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그리고 전심으로 친구를 생각하며 쓰세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나와 한 원을 만들어보세요.”
“‘오울드 랭 사인‘을 내가 반주하면 1절은 노래를 하고 2절 부터는 친구들과 돌아가며 눈으로 이야기 하세요. 악수도 하고, 안아도 주고... ”
“오울드 랭 사인, 그리고 쉘브르의 우산 주제가 ‘I will wait for you'를 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음악수업인지 인생수업인지 이름 모를 수업을 모두 마쳤다.

수업을 마치고 한 시간이 지나자 내게도 2학년 음악반의 롤링페이퍼가 돌아왔다.
그 중에 세아토 은경이의 초록색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정말 사랑합니다.
저희 합창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마음이,
저희를 생각하며 지어주신 곡의 선율과 가사가 제 마음 속에 메아리칩니다.
인생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 선생님의 그 크신 메아리가 온 세상에 퍼지도록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게요.
말보다 마음이 더 큰거 아시죠? - 제자 장은경“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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