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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교단일기

반항하는 아이들

by 김귀자 201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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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고 수업준비에 한창인데 벌써 시작종이 울리며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반장이 없나요? 인사합시다.”

한명이 일어나더니 장난스럽게 “제가 할게요. 차렷, 경례.”

그런데 인사하는 아이들이 몇 없다.

수업시작한지 5분쯤 되었을까 음악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씨익 웃으며 들어오는 한 남학생에게서 담배냄새가 진동한다.

“너 왜 이리 늦었어? 첫 시간인데 이렇게 지각하면 되겠니?”

“늦게 들어왔으니 지각이야.”

“아 왜요? ×싸고 왔는데 왜 그래요?”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며 눈을 위 아래로 부라린다.

“오늘 지각했으니 벌 청소다.”

“싫은데요. 에이 씨×” 하며 자기 자리로 들어가 버린다.

“쌤, 재 오늘 영 기분이 안 좋으니까 건드리지 마세요.”

자리로 돌아간 아이는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한다. 이쯤 되고 보니 통제 불능의 교실이 되어버렸다. 교실을 둘러보니 MP3를 귀에 꽂고 아예 엎드려 있거나, 대놓고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떠들다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들고 열심히 문자를 보내고 있다.

교복치마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초미니스커트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키득거리는 여학생들은 거울까지 꺼내서 화장을 하더니 과자와 사탕까지 물고 있다.

알고 보니 학교에서의 기피인물들이 모두 다 모여 있는 것이었다.

“거울 집어넣고 바로 앉아.”

“아~ 알았어요 알았어.”

“지금은 수업시간이니까 껌 버리고 와.”

“단물만 빼고요.”하며 나를 쳐다보며 여전히 질겅 거리고있다.

이번에는 또

“쌤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화장실이 급해요.” 하며 나가버린다.

“너 조금아까 다녀왔잖아.”

수업이 불가능한 아이들을 제압 하는데만 20여분이 지나가고 있다. 

“자 이번시간엔 복식호흡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전 시간에 실랑이를 보이던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 큰 목소리로 외친다.

“저 그거 할 줄 알아요. 이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아아아아아 ~ ”

“너 소리가 좋네. 열심히 하면 좋아지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큰 목소리로 옆 친구에게 말을 시키기 시작한다. 힘으로나 입담으로나 밀리는 내성적인 아이들은 아예 엎드려 버린다. 도대체 더 이상의 진도를 나갈 수가 없다.

예측불허의 아이들이다. 날마다 돌변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욕이 아니면 대화가 되지를 않는다. 만사가 귀찮아 늘 엎드려 있거나 어떤 아이는 쉴 새 없이 큰 소리로 노래를 하며 수업을 방해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아이들은 어떻게 지도해야할까!

수업이 끝난 자리에는 과자봉지와 사탕껍질이 쌓여있다.

 

음악이 인성교육의 마지막 버팀목이라는 생각으로 시간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가며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고 있지만 냉담하기만한 아이들이다.

그동안 내게 인사하는 아이가 있었던가! 아니 없었던 것 같다.

선생님들의 지쳐가는 눈빛들도 우울하기만 하다.

입에서는 언제나 험악한 말이 맴돌고 있고 예절이라는 것은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 아이들을 바라보니 학교에 가는 것이 점점 두려워진다.

아무리 재미있게 수업하려고 발버둥 쳐도 엎드리거나 떠들며 듣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점점 수업시간이 두려워지고 힘이 든다.

마치 영화 '친구'의 리얼한 연기가 바로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도저히 수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나도 폭발해버렸다. 나오라고 호령을 하자 거친 항의와 함께 한창 수업 중이던 컴퓨터를 꺼버린다.

이어지는 거친 언어의 난무

그래도 그동안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해였다. 문제의 파장이 커지면서 자칫하면 학교생활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는지 천연덕스럽게 다시 찾아온 아이들.

사과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라 음악실에 들어와 떠들거나 피아노 두들기기를 반복한다. 다음 수업 시작종이 쳤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하겠다고 버티고 있으니 다행이다. 그 날 처음으로 긴 시간동안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왜 그렇게 마음을 닫고 선생님들에게 끊임없이 눈을 부라릴까!

학생들로부터 존중을 받지 못하는 교사가 된다는 것이 이토록 괴로운 일인 줄 예전에 미처 몰랐다. 그동안 너무 따뜻한 곳에서만 지냈던가 보다.

그런데 내게도 얼마 전부터 내가 출근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계단 입구에서 인사하는 학생들이 생겼다.

'선생님 오늘 머리 예뻐요.'

한 10년은 늙은 것 같은 내 몰골을 보고 그렇게 말해주는 그 아이가 왜 그리 고마웠던지...

스승의 날이었다.

음악실 책상위에 한 장의 카드가 놓여있었다.

'항상 재미있는 음악수업과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진로와 직업’ 수업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많은 것을 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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