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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교단일기

학주 체험기 2

by 김귀자 2010. 8. 4.

`학주`가 된 이후로 날마다 교문지도를 하고 있지만 오늘은 무척이나 가슴이 아픈 날이다.
학교앞에 횡단보도가 있지만 도로가 굴곡이 지고 속도를 내는 지역이라 학생들의 등교가 늘 위태롭기만 하다.
아침부터 불법주차해 있는 버스 때문에 차량들이 곡예운전을 하며 빠져나간다. 그 앞으로 교복을 입은 아이 두명이 폭주족 흉내를 내며 헬멧도 안쓰고 경적을 울리면서 학교 주변을 선회하다 사라진다. 선생님 4분이 함께 교문앞에서 지도하다 소리를 지르며 불러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사라지는 아이들.
어느 학교 교복인지 알 수 없는 것을 보니 근처에 있는 학교 아이들은 아닌 것 같다.  오토바이 단속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밤 늦은 시간까지 헬맷도 안쓰고 설쳐대는 폭주족들
출동해보는 경찰들도 그들을 잘 잡지 못하고 숨바꼭질 노름만 하고 있다.

아침부터 불법주차한 버스 한대와 폭주족으로 인해 신경이 무척 날카로워진 상태이다. 파란 신호등으로 바뀌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오고 있다. 거의 10개의파란 눈금이 하나씩 사라져가며 마침내 한개가 남았을때 갑자기 뛰어드는 우리아이가 보인다. 순간 반대편을 바라보니 차량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소리를 지르며 제어를 했지만 아이가 서지않고 그대로 뛰다가 맞은편에서 오던 마티즈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가 순식간에 일어났다. 중간지점에 도달했을무렵 이미 신호등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평소에도 과속 방지턱 하나 없는 위험한 곡선 도로
차량들이 가속도를 붙여 질주하다 곡선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횡단보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뒤따르는 차량으로 인해 쉽게 속도를 늦추거나 정지를 하기 힘든 지역이라 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었다.
오늘도 과속해오던 차량들이 줄지어 오는 바람에 사고차량이 차를 세우지 못하고 그만 아이를 치고 말았던 것이다.
신속하게 사고차량 운전자가 아이를 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가고 선생님 한분이 따라가셨다. 다행히 소형차인지라 경상을 입은 것 같다. 만일 대형차였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 앞에서 사고가 나는 현장을 목격하고나니 `학주`로서 취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무엇부터 해야할까! 교장선생님께 먼저 보고를 드린 후 2학년 부장이 전교생에게 횡단보도 횡단 유의사항에 대한 안내방송을 하였다. 이어 과속방지턱이 있어야 한다는 선생님들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일단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방지턱을 만들기 위한 절차를 물었더니 정보부라고 하며 교통계로 연결해 준다. 다시 교통계로 연락을 취해 학교 앞 과속방지턱의 필요성을 설명하자 일단 방지턱이 필요한 자세한 이유를 적은 시행문을 도로교통과로 보내라고 한다. 그렇게되면 심사를 거쳐 설치를 하는가 보다. 이왕 부탁한김에 폭주족까지 함께 고발을 하였다. 이런일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일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지 많은것을 알게된 것 같다. 그 불법차량도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까지.

지난주부터 끊임없이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접하고 있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일상으로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교감선생님의 말씀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하고 나니 가슴이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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