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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호주의 사막투어가 시작되었다. 지프로 모래 언덕을 5분여 정도 달리기 시작했을까, 모두들 차에서 내려 세찬 바람을 맞으며 경사가 60~70도, 25m 길이의 내리막 모래언덕으로 향했다.
모래 미끄럼틀에 가까이 가자 샌드보드를 하나씩 배부한다. 타는 법에 대한 간단한 시범을 보이자 한 명, 두 명 모두 곧 잘 내려가기 시작한다. 딸아이도 높은 경사도를 따라 한참 폼나게 내려갔다. 하지만 중간에 날아가는 모자를 잡으려다 중심을 잃어버리고 굴러 한참동안이나 모래 속에 파묻혀 있었다.
일어나지도 못하는 딸아이를 부축해 세우니 젖은 모래에 뒤덮여 눈도 못 뜨고 있는데 왜 그리 웃음이 나던지… 이번에는 아들이 내려가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잘 내려가다 역시 모래더미에 빠져들고 마는데… 하하하~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장면이다.
사막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가이드가 일어서더니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하버브릿지에서 신데렐라가 된 김밥 할머니"
▲ 하버브릿지 |
ⓒ 김귀자 |
이 사실을 안 어머니는 "애야, 네 형과 형수가 내게 너무나 잘하고 있으니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잘 다녀오너라"하며 안심을 시킨다. 하지만 결국 큰 아들내외와의 마찰과 천시를 견디지 못해 어머니는 집을 나오게 된다.
한편 호주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 둘째아들은 어머니를 호주에 한 번 모시는 것이 소원이었던지라 초청하게 된다. 기쁘게 방문한 어머니를 위해서 정성을 다해 모시고자 이곳저곳을 다니다 하버브리지에 다다르게 되는데 "어머니, 저기가 바로 '하버브릿지'에요. 저기는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하려는 곳이랍니다. 그러니 저곳은 올라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라고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아들 부부와 함께 즐겁게 보내는 동안 어느 새 어머니께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러자 머뭇거리시던 어머니는 "얘야, 한 일주일만 더 있다 가면 안 될까?" 하신다. 차마 안 된다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결국 떠나실 생각을 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아들부부는 어머니로 인해 잦은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더 이상 싸우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어머니는 보따리를 싸서 집을 나오게 된다. 망설이다 죽기를 결심하고 택시를 타고 무작정 하버브리지로 향하는데 도착해서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한참이나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그래서 내려갔다 올라가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그 때 바로 밑에서 낚시를 하던 호주 할아버지가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할아버지는 낚싯대를 접고 할머니에게로 다가가 왜 그러는지,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는지를 물어보려 하지만 도무지 말은 통하지 않고 알아들을 수가 없자 통역하는 여대생을 고용해 자신의 집으로 할머니를 모시게 된다.
도대체 어떤 기막힌 사연이 있기에 할머니가 자살하려 하는지를 알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곤 일단 행방불명된 어머니를 찾느라 난리가 난 둘째아들 집으로 전화를 걸어 할머니 소식을 알리고 안정이 된 후에 집으로 모셔드리겠다고 전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할아버지는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으며 호주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갑부였던 것이다.
약속된 날짜에 아들집으로 돌아가는 날. 업무를 보러 할아버지가 집을 비운 사이에 할머니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떠나기 전에 온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손수 지은 밥으로 김밥을 만들어 상을 차려놓고 집을 나선다.
한편, 집에 돌아오니 할머니의 따뜻한 밥상을 발견하게 되는 할아버지는 정갈하고도 정성어린 맛있는 김밥을 맛보게 된다. 지금까지 전 부인에게조차 따뜻한 밥상을 받아보지 못했던 할아버지는 자신을 위해 만든 이 동양 할머니의 김밥에 감동하여 그만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이 때부터 할아버지의 구애가 시작됐고 끈질긴 청혼으로 인해 결국 할머니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식은 서울 큰아들에게까지 전해졌고 그제야 어머니를 찾으러 호주까지 찾아왔지만 할머니는 안으로 아들을 들이지 않았고, 대신 할아버지가 두 아들을 맞이했다.
"이제부터라도 어머니께 잘 하거라."
훗날 둘째아들은 호주에서 이름난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로 끝이 나면서 가이드의 마지막 멘트가 시작 되었다.
"여러분, 부모님께서 살아 계실 때 잘하십시오. 저는 잘하고 싶어도 이제 잘해드릴 부모님이 안계십니다."
버스 안에 조용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들이 갑자기 내게 사탕을 한 개 건넨다. 뭔가 가슴이 뭉클해오기 시작하는데… 우리 아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김밥할머니'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사랑은 바로 곁에 있어 주는 것"이라는 교훈을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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